[뉴스핌=최원진 기자]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보는 크리스마스 및 연말 공연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가족과는 '호두까기 인형', 연인과는 '라보엠', 친구들과는 웅장한 '베토벤 교향곡 9번' 오케스트라 등 연말만 되면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 같은 무대, 같은 작품은 왜 매년 이맘쯤에 공연될까? 당신이 모를 정보 몇 가지를 소개한다.
◆ '호두까기 인형'은 42년간 공연된 적이 없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함께 꼽히는 차이콥스키의 주요 3대 고전발레로,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곳곳에서 공연되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주인공 마리가 꿈속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이야기. 올해도 국립발레단이 16일~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유니버설 발레단이 21~31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루마니아 국립 시비우 발레단이 첫 내한해 22, 23일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다.
'호두까기 인형'은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했지만 큰 흥행을 얻지 못했다. 그 후 공연된 건 1934년 영국 런던에서다. 42년간 공연된 적 없는 작품이 왜 갑자기 유명해졌을까. 아무도 모르는 수수께끼다. 이 아름답고 동화적인 작품이 흥행이 된 건 1944년 샌프란시스코 발레였다. SF 발레단은 이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고, 이후 1952년 런던, 1954년 뉴욕 등으로 퍼져나갔다. 1957년 크리스마스에 CBS TV에서 이 작품을 방영하면서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공연'이란 생각을 심게 됐다. 7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 발레로 자리 잡은 '호두까기 인형'이다.
◆ 추운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라보엠'
발레로는 '호두까기 인형'이 있다면 오페라로는 푸치니의 '라보엠'을 꼽을 수 있다. 지난 7~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23~24일에는 성남아트센터에서 콘서트오페라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의 배경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그러나 '라보엠'이 크리스마스 시즌 레퍼토리인 이유는 작품 배경이 다가 아니다.
폐병에 걸려 죽어가는 가난한 여자 미미의 본명은 '루치아'. 루치아는 이탈리아어로 빛을 뜻한다. 이는 가난 때문에 하루하루 빛이란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미미는 죽기 전 연인 로돌포에 "둘만 있고 싶어서요.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하지만 바다처럼 커다란 얘기죠. 바다처럼 깊고 끝없는 당신은 내 사랑, 내 삶의 전부예요!"라고 사랑을 노래한다. 그는 언제 눈을 감을지 모르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사랑과 희망을 노래한 것. 미미는 사랑하는 연인 곁에서 눈을 감는다. 결말은 비극이지만 관객들 마음속은 따뜻하다. 이토록 한 해를 마무리 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좋은 작품이 또 있을까.
◆ 베토벤이 장애를 딛고 희망을 작곡한 '합창'
12월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도 단골 공연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1~22일 예술의전당에서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를 초청해 '합창'을 연주한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역시 19일 경기도문화의전당, 20일 예술의전당에서 '합창'을 공연했다. 경기필 성시연 상임지휘자는 이 작품을 끝으로 4년 임기를 마무리한다. 롯데콘서트홀에서도 30~31일 송년·제야 음악회에서 '합창'을 선보인다.
이토록 연말만 되면 연주가 되는 이유가 있다. '합창'은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 고통 속에서 희망을 노래한 작품이기 때문. 4악장에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가 등장하는 데 이는 끊임없는 희망을 노래한다. 곡은 한해 고난을 극복해 잘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하자란 메시지를 보낸다.
1824년 초연 당시 청력을 잃은 베토벤은 지휘 할 때 청중을 등지고 가수들의 입 모양으로 상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그는 청중의 5번의 '기립박수'를 받았는데 당시 황제부부 입장 때 기립박수 3회란 통례로 보면 귀족도 아닌 작곡가가 다섯 번의 박수를 받은 건 이상한 일. '합창'은 지금까지도 매년 전 세계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끌어내는 명작이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사진(하남문화제단·국립오페라단·예술의전당 제공,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