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이어 산업부도 삼성전자에 유리한 결정
입장 난처해진 고용부…"본안소송까지 보류"
[세종=뉴스핌] 최영수 정성훈 김지나 이고은 기자 = 정부가 삼성전자의 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고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오후 삼성전자가 신청한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위한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 2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취지로 결정했다.
권익위가 이날 고용부의 정보공개 방침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산업부까지 삼성전자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전자와 고용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2007~2008년 제외한 작업환경보고서 인정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반도체전문위원회는 2009년부터 2017년도까지의 화성, 평택, 기흥, 온양 사업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일부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30나노 이하 D램, 낸드플래시, AP 공정, 조립기술 등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되며 공정명이나 공정레이아웃, 화학물질(상품명), 월사용량 등으로부터 핵심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전경 <사진=뉴스핌 DB> |
다만 삼성전자 측이 신청한 2007년부터 2008년까지의 작업환경보고서는 30나노이상으로 국가핵심기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날 회의에서 전문위원들은 삼성전자의 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는지 여부에 대해 심도 있는 토의를 진행했지만 위원들간 이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전문위는 16일 1차회의를 열고 장시간 논의를 했지만 진통 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늘 오후 2차회의 열고 3시간 남짓 격론 끝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것으로 결론을 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검토할 내용이 많고 전문위원들간 이견이 있어 예상보다 회의가 길어졌다"고 전했다.
◆ 권익위도 '정보공개 집행정지' 결정…고용부 난감
이날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삼성전자가 요청한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를 본안심판까지 보류하라고 결정했다.
중앙행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기흥·화성·구미공장 등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중앙행심위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 등이 삼성전자 기흥·화성·구미공장 등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바로 공개하면 행정심판 본안(삼성전자 정보공개 결정 취소)을 더 이상 다툴 수 있는 기회가 없게 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중앙행심위는 본안에 대해서는 피청구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 등의 답변서 및 청구인 삼성전자의 보충서면 등을 제출받아 조속한 시일 내에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와 권익위가 삼성전자 측의 손을 들어주자 정보공개를 강행했던 고용노동부는 난감한 입장이다.
고용부는 최근 '근로자의 안전'을 이유로 작업환경보고서를 오는 19일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2014년 백혈병으로 숨진 근로자 이 모 씨의 유족에게 원심을 뒤집고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권익위와 산업부의 잇따른 결정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고용부의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소송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일단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은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처분 심판은 본안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행정절차로 본안소송 최종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삼성 작업보고서 공개를 미룰 것"이라며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최소 1~2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