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무역전쟁 틈 타 자국 무역발전 기회 노려
회원국 간 입장 차이가 걸림돌
국제무대에서 단결된 목소리 낸 적 없어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국제무대에서 좀처럼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공격에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25일(현지시간)부터 3일 간 개최되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들이 영리한 전술을 사용한다면 무역전쟁 와중에 자국의 무역 어젠다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던컨 인스-커 이코노믹스인텔리전스유닛 아시아 담당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브릭스 국가들에게는 미국 주도가 아니라 다자적 리더십으로 구성된 세계 경제질서가 유리하다. 따라서 이들은 무역 긴장을 역으로 이용해 브릭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스는 국제 기구에서 서방의 우월적 지위에 반대해 왔으나, 자기들끼리 단결되지 못해 대체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으로 서방이 균열되고 있으며 브릭스 회원국까지 타격을 받고 있으므로, 이들이 더욱 단결할 명분이 뚜렷해졌다.
이는 중국에게 분명 유리한 상황이다. 중국은 자유무역의 챔피언으로 나서며 트럼프 행정부의 징벌적 관세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라지브 비스워스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이사는 “지난 회의에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들이 보호무역주의 위협을 완화하는 데 실패한 만큼,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가 다자적 무역 자유화를 위한 국제적 지지를 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글로벌 포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며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의해 오염된 세계 무역의 장을 공평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을 받고 있는 국가들은 미국이 더 이상 자유무역을 수호하지 않으므로 국제 무대에서 리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비스워스 수석이사는 브릭스 국가들이 다양한 국가들과 광범위한 무역협상을 펼치면서 미국이 빠진 자리를 채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히 변동하는 세계 무역 여건도 신흥국들에게 더욱 가시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싱가포르 경영대학의 알렉스 카프리 교수는 “중국이 대두, 밀, 육류 등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상품들을 조달하기 위해 인도나 브라질, 러시아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이는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브릭스 국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라고 전망했다.
미국 기업들도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미 무역협정을 맺은 신흥국에서 투자와 활동을 늘릴 수 있다.
다만 브릭스 국가들 간 입장 차이가 분명해 이번에도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싱가포르 아시아교역센터(ATC)의 데보라 엘름스 전무는 “브릭스 국가들은 브릭스라는 그럴 듯한 명칭 외에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줄 대의가 없다. 중국은 제조업에 치중하며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브라질도 점점 국외 진출에 힘쓰고 있지만 대부분 농업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인도는 사실상 경제가 개방되지도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25일(현지시간) 3일 간 개최되는 제10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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