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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묵 "北, 종전선언 이후 미군 철수·유엔사 해체 요구할것"

기사입력 : 2018년08월03일 11:46

최종수정 : 2018년08월03일 11:46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인터뷰
"작년과 올해의 북한, 대남목표 다르지 않다…전술만 바꿨을 뿐"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북한이 종전선언을 재촉하는 저의에는 군사적 요구를 강화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려는 속셈이 깔려있다는 대북 군사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북한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꿔 국제사회와 대화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으나, 도발에서 대화로 전술이 바뀌었을 뿐 북한의 장기적인 대남 전략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이전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마치기 위해 이례적으로 잦은 실험을 추진, 일찌감치 개발 속도를 높였고 협상 테이블에 오른 지금도 진정한 비핵화를 할 의사는 없다는 주장이다.

◆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근본 의도에 유의해야"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3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근본 의도에 유의하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종전선언이 되면 전쟁이 끝났으니 유엔군 사령부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 혹은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비역 준장인 문 센터장은 지난 20년간 대북 업무를 담당하며 남북 군사 실무회담 수석대표까지 지낸 대표적인 대북 전문가다. 국방부에서 △군사실무회담 운영단장 △북한정책과장 △군비통제차장 등을 맡았고, 그동안 50여차례 남북 군사회담에 참여했다.

문성묵(왼쪽)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사진=뉴스핌DB]

문 센터장은 "북한이 유엔사 해체를 요구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엔사는 유엔 모자를 쓴 미군이라고 주장해왔다"면서 "종전선언이 된다면 유엔사 해체를 다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사는 한국 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알고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군사령부는 한국전쟁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군사제재와 통합사령부 설치를 위해 만들어진 군사기구다. 일본 전역에 후방기지가 배치돼 유사시 대규모 전력을 한국에 보내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대해 박휘락 국민대 정치학 교수도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것은 주한미군 철수가 1차적인 목적"이라면서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키리졸브(KR) 연습, 독수리(FE)훈련 등도 명분이 없어지니 유예가 아닌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평창올림픽 이전 핵·미사일 완성돼, 다분히 계획적이다"

문 센터장은 수차례 도발을 감행했던 지난해의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올해 북한의 목적은 같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남전술을 바꾸는 계획을 세웠고 현재도 계획한 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미 태평양사령부]

문 센터장은 "북한은 지난해 1년간 전례 없는 속도로 핵·미사일 개발을 서둘렀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핵·미사일을 완성시켜 그것을 기초로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가 다 끝났다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18일 ICBM에 쓰이는 '백두산 엔진'을 실험했고, 신형엔진을 탑재한 화성-12, 화성-14, 화성-15 미사일을 연달아 쐈다. 지난해 9월에는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2016년 두 번의 핵실험에 이은 것으로 2년 사이 세 번의 핵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문 센터장은 "북한의 대남 적화전략은 바뀌지 않았다. 그것을 달성시키기 위해 대화와 도발이라는 전술을 번갈아가면서 해왔다"면서 "작년말까지가 도발의 전술이었다면, 지금은 대화의 전술로 돌아선 것이며, 진정한 비핵화를 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 "文 정부, 대북정책 속도 빠르다…비핵화 속도와 맞춰야"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북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이 분명히 인식시켜 줘야 한다고 문 센터장은 강조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대북 행보는 그런 면에서 속도가 빠르다고 그는 지적했다. 남북 경제협력이나 군사력 완화 조치가 북한의 비핵화 속도를 앞서 나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문 센터장은 "북한이 전술만 변화한 것이 아니라 전략도 변화하도록 강요해야 한다. 대남적화 전략은 결코 이뤄질 수 없으며, 핵을 완전히 포기해야만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인식시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판문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중장이 31일 오전 남측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9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07.31

문 센터장은 "남북관계 발전은 북한의 비핵화 속도와 맞춰가야 한다"면서 "비핵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 남북 협력의 속도를 빨리 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비핵화를 방해하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핵 문제와 무관한 이산가족 상봉 등 문화·체육 교류는 얼마든지 해도 된다. 그러나 북한에 돈이 들어가는 경제협력은 비핵화와 속도를 맞춰야 하고, 한미연합훈련 등도 비핵화와 속도를 맞춰야한다. 비핵화는 안됐는데 한미 연합 대비태세가 약해지는 결과가 초래돼서는 결코 안된다"고 덧붙였다. 

goe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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