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방북 취소 파장...전문가 "文대통령, 협상 의제 줄어들어"
시진핑 9.9절 방북에 美 불편한 기색…전략적·일시적 취소일수도
"폼페이오 방북 없이 남북정상회담, 새로운 합의 나오기 힘들 것"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이르면 오는 27일 예정됐던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전격 취소됐다. 이에 따라 내달 평양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북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북미관계에 종속되지 않는 남북관계를 강조한 만큼 정해진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정상회담의 의제가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북한의 핵무기 폐기 시간표, 핵폐기 신고서 제출, 핵사찰 수용 등이 구체적으로 합의되는 것에 맞춰 남북정상회담 시나리오를 작성 중이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무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꺼낼 '협상 카드'가 협소해진 상황이다. 예컨대 평양 남북정상회담서 종전선언 시기 등에 대해 한층 강도를 높여 협의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번째 트윗 전문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
◆ 대북 전문가 "北·中 밀착, 견제하기 위한 일시적 전략일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계획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중국과의 무역갈등 때문에 중국이 이전만큼 비핵화를 돕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장기화시켜서 현 국면(실질적인 비핵화 추진이 어려운 상황)을 교착화시키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불과 하루 전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폼페이오 장관과 동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뒤집은 것으로 미뤄볼 때, 협상전술 차원에서의 일시적 연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내비친 불만의 정도가 약한 편이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백악관 각료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홍 연구위원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는) 짧게 전술적으로 사용하는 카드일 수 있다"면서 "협상전략일 경우 길어야 한달 안에 다시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취소 배경에 대해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불편해하고 저지하려는 것이 1차적인 목표로 보이고, 북미간 협상에 북중이 밀착하는 부분을 방지하고 경계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 남북정상회담, 북미 갈등 '중재'의 장으로 바뀌나
대북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되, 폼페이오 방북 이후 갖는 정상회담과 비교해서 의제가 상당히 제한적으로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외교가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북한이 핵 리스트를 신고,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했다. 이럴 경우 내달 열릴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논의할 수 있는 의제도 상당히 폭이 넓어지고 속도가 빨라질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원점에서 다시 의제를 만들어야 하는 난관에 부딪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여권의 한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남북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 교착을 푸는데 논의의 대부분을 할애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폼페이오 방북 이후 적절하게 분위기가 되살아나는 분위기였다면 남북관계에 집중해 판문점 선언보다 '업그레이드'가 된 합의가 나올 수 있는데, 남북정상회담 이전까지 방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미관계를 풀기 위한 중재 작업과 설득으로 정상회담이 활용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이어 "결국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합의에 집중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