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네 차례나 강제집행... 대법원은 수협 손 들어줘
상인 "수협이 보여준 청사진과 실제 신시장 달라 손해"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수협이 서울 동작구 옛 노량진 수산시장(구시장)에 전기·수도 공급을 중단하면서 수산시장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정상 영업이 어려워진 구시장 상인들은 집단 반발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수협 직원과 상인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수협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구시장에 대한 명도집행(강제집행)을 총 네 차례 시도했지만, 상인 반발에 모두 무산된 바 있다.
21일 옛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이뤄진 '공실관리'에 상인이 반발하고 있다. 2018.09.21 withu@newspim.com |
6일 수협 측에 따르면 수협은 전날 오전 9시부터 구시장에 공급되는 전기와 수도를 차단했다. 앞서 수협은 지난달 30일 공고를 통해 구시장 상인들에게 전기와 수도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미리 알렸다. 수협 관계자는 "더이상 법원 강제집행으로는 노량진수산시장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수족관에 있던 자연산 어패류들이 산소 부족으로 집단 폐사하자, 구시장 상인들은 집단 반발에 나섰다. 상인들은 "사전에 알렸어도, 일방적인 단전·단수는 불법행위"라며 신시장 주차장 입구를 점거하고 차량 출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수협 직원과 구시장 상인 사이에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 '참을 만큼 참은' 수협 vs '생존권 위협' 구시장 상인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대립은 6년전인 2012년 노량진 수산시장 소유권을 가진 수협이 '수산시장 현대화'를 추진하며 새로운 수산시장(신시장) 건립에 나설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협은 노후화된 구시장을 철거하고, 새로운 시장을 조성해 수차례 지적받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위생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1971년 지어진 구시장은 2004년 건물 안전사고 위험 평가에서 안전등급 C등급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일부 구시장 상인들은 신시장의 비싼 임대료와 좁은 판매 면적 등을 지적하며 입주를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특히 오랫동안 목 좋은 상권에서 장사해온 상인들의 불만은 더 컸다. 신시장이 2016년 완공된 후 수협은 구시장 상인들에게 본격적으로 입주를 요구했으나 구시장 상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 = 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동작구 옛 노량진 수산시장 / leehs@newspim.com |
대립 과정에서 이전을 반대하는 상인 중 한 명이 수협 직원을 흉기로 찌르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갈등은 '격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결국 법원까지 나설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수협이 구시장 상인 상대로 낸 건물인도 및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구시장 상인들이 옛 시장터에서 계속 버티는 것은 사실상 무단 점유에 해당한다며 수협의 손을 들어줬다.
수협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법원 집행관·노무인력과 함께 구시장 철거를 네 차례나 시도했지만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와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을 비롯한 수백명의 상인들의 저항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단전·단수로 시장이 40년 만에 암흑이 됐다"며 "수협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잘못된 사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했다.
수협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은 수산시장에서 떠나라는 것이 아니라 신시장에서 장사하라는 것"이라며 "상황이 고착화되면 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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