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에드워드리·패터슨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재판부 “2003년에 이미 승소…도주, 불법행위는 아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故) 조중필 씨의 유족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재판부는 이미 같은 취지로 승소한 바 있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도주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김동진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조 씨의 부모와 형제자매가 가해자인 에드워드 리(39)와 아더 존 패터슨(39)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살해행위에 대한 부분은 각하 판결을, 패터슨의 도주행위에 대한 부분은 기각 판결했다.
법원 로고 /이형석 기자 leehs@ |
재판부는 이미 지난 2003년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살인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청구 이유가 동일해 다시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그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에 제기된 소송은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패터슨이 법무부 직원의 실수로 출국금지가 해제됐던 이틀 사이 도주한 부분에 대한 청구도 이유 없어 기각했다.
재판부는 “도주죄 주체는 체포 또는 구금된 자에 국한되는데, 패터슨은 당시 살인죄로 고소돼 혐의를 받고 있었을 뿐이라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형법상 범인도피죄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이 주장만으로는 패터슨이 출국 정지기간이 만료된 이틀간 미국으로 출국한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앞서 검사의 직무 위반행위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도 한 점을 볼 때 패터슨의 도주행위와 진실 은폐가 도덕적으로 큰 비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故) 조중필 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왼쪽)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 하주희 변호사(오른쪽)가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뒤 인터뷰하고 있다. 2018.12.13. adelante@newspim.com |
선고가 끝난 뒤 조중필 씨의 어머니인 이복수 씨는 “자식을 잃은 가족들은 이렇게 21년째 법정에 다니면서 재판 때마다 가슴 졸이고 떨고, 가슴 찢어지게 아팠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유족들은 패소 판결의 근거가 됐던 2003년 민사소송 승소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하주희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새롭게 밝혀진 범죄행위나 수법 등을 좀 더 면밀히 살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재판부로서도 재판 기일을 많이 열고 선고도 미루고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서 기대를 좀 했는데 이렇게 됐다”고 씁쓸한 심경을 밝혔다.
현재 법원에는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이 남아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26일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3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하 변호사는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잘못된 것인 만큼 지금이라도 국가가 책임있게 항소를 취하하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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