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바른미래당 최고위 회의서 '거취' 문제 공식언급
"연동형 비례제 합의 후 딴 말..단식 중단 회의 든다"
이학재 탈당에 무기력...평화당 비례 3인 출당 요구도
내우외환 겹쳐 난감..."심각하게 거취 생각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9일 거취 문제를 거론하며 장고에 들어갔다. 정치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로 걸었던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당 안팎서 부정적인 기류가 커지고 있어서다.
손 대표는 급기야 19일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거취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표직 사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전일 이학재 의원의 탈당으로 당 존립이 흔들리고 있고, 지방선거 참패 책임자가 당 대표로 다시 나선다는 비야냥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12.19 kilroy023@newspim.com |
◆ '의원정수 10% 확대→확대 여부' 고집한 나경원 원내대표에 아쉬움 토로
손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개특위에서 이상기류가 발생하는 것 같아 단식을 중단한 마음이 편치가 않다. 과연 단식을 중단한 것이 잘한 일인지 회의가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민주당, 특히 한국당에서 5당 합의는 연동형비례대표제 합의가 아니라,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검토하는 정도의 합의였다느니, 우리나라에서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맞지 않다느니 하는 엉뚱한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식을 중단했던 것은 연동형 비례제의 확실한 도입과 이에 수반되는 의원정수의 탄력적 운영 보장이었고, 김관영 원내대표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이 뜻을 확인하고 명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교섭단체 3당 간 합의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고 말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상수’가 돼 그 도입을 전제로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한다는 대전제가 깔려있다는 말”이라며 주장했다.
손 대표는 이어 “의원정수 관련, 원래 의원정수 괄호 안에 ‘10% 이내 확대 등을 검토한다’고 돼있었는데, 최종서명 직전 김 원내대표가 찾아와 ‘나 원내대표가 확대라고 확정지으면 한국당 내 의원들 간 문제가 많으니 ‘확대 여부’로 표현을 누그러뜨려야 한국당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이야기해왔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한국당은 시대 흐름에 맞출 필요가 있다. 촛불혁명으로 망한 한국당. 촛불혁명의 다음 단계인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자 하는 국민 여망이 있다”며 “한국당은 지금 보수대통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전에 수구로 돌아가지 말고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 피켓 시위가 열리기 전 의자에 누운 채 눈을 붙이고 있다. 2018.12.14 kilroy023@newspim.com |
◆ 풍전등화 바른미래당, 탈당 도미노 분위기...손 "기강이 말이 아니다" 토로
손 대표는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위한 일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저로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마지막 헌신이라고 다짐하고 있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거취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회의 직후 ‘거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손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반드시 돼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즉답을 피했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주장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죽겠다’고 차디찬 국회 로텐더홀에 그대로 주저앉아 열흘 간 단식을 이어갔던 손 대표는 지난 주말 여야 5당 합의문을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얻은 것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 하루 만에 한국당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한다고 동의한 적이 없다는 말이 나왔고, 국민들의 호응도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제라는 선거제도가 일반 국민들에게 쉽게 와 닿는 개념이 아닌데다, 내년도 예산안과 연계시키며 ‘그게 뭔데 저렇게까지 하는가’라는 부정적 반응이 상당부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진즉부터 탈당 이야기가 나왔던 이학재 의원을 힘 없이 놓친 것도 당 대표로서의 위신에 흠집을 냈다. 29명으로 줄어든 당 소속 의원들 중 의원총회에 나오는 의원은 사실상 지도부 외에 몇 명 되지도 않는다. 특히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상습적인 결석에 손 대표는 의원 숫자를 일일이 세며 "기강이 말이 아니다"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kilroy023@newspim.com |
◆ 단식 카드 써버린 손학규, 대표직 사퇴 놓고 장고...물러날 땐 정계은퇴 수순
이학재 의원의 탈당을 시작으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추가 탈당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시점에서 민주평화당도 공세를 높이기 시작했다.
박지원 의원은 전일 페이스북에 ‘절이 싫다면 중이 나가야 한다’는 손 대표의 말을 두고 “절 싫다고 나간 이상돈, 박주현, 장정숙 세 의원을 보내주는 것이 손 대표 말씀과 합당하다”며 비례대표 3인의 출당을 재차 요구하기도 했다.
이상돈, 박주현, 장정숙 의원은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했지만, 의원직 유지를 위해 공식 소속만 바른미래당에 두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당이 출당을 시킬 경우에는 의원직을 유지한다.
이들은 민주평화당 내에서 싱크탱크인 민주평화연구원장, 수석대변인 등 요직을 맡으며 공공연하게 민주평화당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나 홀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선숙 의원도 있다.
한국당과 평화당, 양 쪽에서 당을 흔들고 있고, 다당제 정착을 위한 마지막 카드인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부정적 기류에 이미 ‘단식 카드’를 사용한 손 대표에게는 당 대표 사퇴만이 남은 카드다.
만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다면 고희를 넘긴 손 대표에게는 사실상 정계은퇴 선언이 될 전망이다. 또한 바른미래당의 분열 속도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