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새끼’에서 세계 1위 반도체 회사로
시스템반도체 1위 노리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반도체사업을 하겠다. 누가 뭐라 하건 밀고 나가겠다.”
이병철 삼성전자 선대회장은 지난 1983년 반도체 산업 진출 선언문인 ‘왜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이하 도쿄 선언)’를 발표했다. 이렇게 시작한 삼성의 반도체 산업은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했다.
그리고 36년만에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위한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오는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이다.
◆ 다들 비웃던 작은 회사에서 세계 1위 반도체 회사로
당시 74세였던 이병철 회장은 홍진기 당시 중앙일보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른바 ‘도쿄 선언’을 말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은 이 선언으로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 후 약 10년간 성과를 내지 못하던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시 반도체 산업에서 앞장 서 있던 미국과 일본은 물론 국내 반응도 싸늘했다. 여론은 “TV도 잘 만들지 못하는 회사가 무슨 반도체나” 같은 비아냥이 가득했고 회사 내부 직원들도 “삼성 반도체로 발령되면 퇴직하겠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 해외에서는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가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까지 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첫 아이템으로 선정한 D램에서 즉각 성과를 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자체개발에 성공한 것. 1983년 4월 D램 개발계획을 발표한 지 단 6개월만이다.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일본은 6년이 걸렸다.
이처럼 꾸준히 성장하던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1992년부터 25년간 부동의 1위였던 인텔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가트너 전망치). 지난 2017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4.6%, 인텔은 13.8%다. 매출액은 각각 612억달러(한화 약 70조3500억원), 577억달러(66조3200억원)로 35억달러(4조232억원)의 차이가 난다.
◆ 위기마다 결단력 발휘한 리더..’반도체 비전 2030’에 쏠리는 눈길
이병철 회장은 수많은 자료를 직접 읽고 사업 결정을 내리기로 유명하다. 지난 1985년 세계적 불황으로 반도체사업 적자가 크게 불어났음에도 1M D램 양산을 위해 반도체 공장 3라인 착공을 밀어붙인 건 이 같은 이병철 회장의 노력과 결단이 있었기 때문. 덕분에 삼성은 그해 연말 반도체 경기가 호황으로 바뀌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적자를 모두 상쇄하고 흑자 전환할 수 있었다.
반도체사업 초기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가 아닌 메모리반도체에 집중한 것도 삼성전자의 성공을 견인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4분의 3은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금도 전체 반도체 매출의 약 84%를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한다(IC인사이츠 추정치). 이는 최근 클라우드 기업 등에서 늘어나는 데이터 수요와 맞물리며 지난해 반도체사업 실적 견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때마다 이 같은 리더의 결단력이 발휘된 덕에 삼성전자 반도체 도전사는 ‘세계 최초’,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이 빽빽하다. 한때 그룹내 ‘미운오리새끼’였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지난해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75.7%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할 정도로 반도체 호황기의 열매를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메모리반도체 시장 침체로 지난해 메모리 매출 증가율은 2017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또 다른 ‘결단’을 내렸다. 이번 계획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의 새 역사 쓸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