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사이 무너져 내린 공장 시설물들
곳곳에 인화물질 저장소... 소방당국 “상상초월 대형재난 될 뻔”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1일 오전 11시30분쯤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 강남제비스코 공장 입구. 5명의 공장 관계자가 통제하고 있는 출입구 안쪽에는 아직도 소방당국과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합동감식반이 현장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밤 화재가 났던 합성수지 제조공장 앞에 도착하자 화학약품과 그을음 냄새가 코를 엄습해왔다. 공장 건물 5동과 7동 외관 벽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바닥에는 시커먼 잿더미로 무너져버린 시설물들이 쌓여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화재 현장 곳곳에는 각종 화학약품이 들어 있는 드럼통 수십여개가 위협적으로 늘어서 있었다. 소방당국은 전날 공장 내부 위험물질로 인한 폭발 위험 때문에 화재발생 23분만에 대응3단계(매우 큰 규모의 재난에 발령하는 단계)를 발령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장현석 기자 = 30일 발생한 화재로 검게 그을린 경기 군포시 당정동 제비스코 공장 화재 현장. 합동감식반이 화재 발생 지점으로 추정되는 합성수지 공장 건물을 중심으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다. 2019.05.01. kintakunte87@newspim.com |
공장 관계자 이모(58) 씨는 무너져 내린 잿더미를 멀찍이 바라보며 긴박했던 지난밤을 떠올렸다. 이씨는 “화재 현장에는 소방관들 통제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진화 작업 내내 긴장으로 내 속도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며 “불이 화학 물질로까지 번지면 겉잡을 수가 없어져 마음 졸이며 발만 구를 수밖에 없었다” 말했다.
공장 바로 건너편에서 캠핑용품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홍모(40) 씨 역시 아찔했던 간밤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홍씨는 “처음에는 소방차, 구급차들이 줄지어 계속 오길래 길을 못 찾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며 “한밤중인데도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고 이미 그때도 뭔가 ‘펑펑’ 터지는 충격 때문에 유리창이 흔들렸다”고 회상했다.
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밤 화재는 합성수지 5동 제조공장 2층에서 최초 발생했다. 소방 인력이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인근 6동과 7동으로 연속 확대 중이었다. 불길은 이에 그치지 않고 화류·알콜류 등 20만리터가 들어 있는 수지 합성 탱크로 진입하고 있었다.
홍성선 군포소방서 대응조사팀장은 “당시 소방력은 엄청난 양의 화학물질이 저장돼 있는 탱크로 불길이 연속 확대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주력했다”며 “인화물질 저장소마다 연결라인이 형성돼 있어 진화 실패 시 (연속 폭발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 재난 사고가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불은 화재 발생 3시간 만인 이날 새벽 0시22분 경에 완전 진압됐다. 다행히 공장 안에 작업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화재로 공장 건물 9개 동 가운데 5동 건물 약 600㎡이 전소됐다. 6동 건물 600㎡ 중 절반과 7동 건물 약 150㎡ 중 일부분이 불에 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화재가 시작된 곳으로 추정되는 합성수지 공장 건물을 중심으로 합동 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