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加 외무장관 지난달 성명 통해 법안 추진에 우려 표명
국제사면위, 인권 우려..中 매체 "외세가 개입 통해 中 해치려해"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홍콩 정부가 시민들의 대규모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으로 범죄자 송환을 허용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의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0일(현지시간)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인권보호 내용을 추가하는 등 법안 전체를 개정했다며 오는 12일 입법회에서 법안 표결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홍콩 시민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당국에 범죄인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한 모습. 2019.06.09.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람 행정장관은 "이 법안은 (중국) 본토에만 관한 게 아니다"며 "중앙 인민 정부가 발의한 것도 아니다. 나는 중국으로부터 이 법안을 시행하라는 어떠한 지시나 위임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람 행정장관은 친(親)중국 성향의 인사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에 있는 범죄인을 중국 본토는 물론 대만, 마카오 등의 요구에 따라 인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최근 수 주간 각계 각층에서 반발이 일었다.
반대 여론은 지난 9일 시위에서 절정에 달했다. 이날 오전부터 시민 수십만명이 빅토리아공원에 집결, 입법회 건물까지 반대 행진을 했다. 시위자들은 홍콩 민주화 시위의 상징으로 알려진 노란 우산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행사에 참여한 인원은 주최 측 추산 103만명, 경찰 추산 24만명에 달했다. 시위는 10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중 수백명의 시위대는 경찰 측과 충돌하는 등 시위가 폭력 사태로 격화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주최 측 추산대로라면 약 50만명이 참여했던 2003년 국가보안법 개정 반대 시위를 넘어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뒤 일어난 최대 규모의 시위가 된다. 홍콩뿐 아니라 영국, 독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각국의 12개 도시에서도 법안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약 1000명이 시위에 동참했다.
법안에 대해 해외 정부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과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지난달 공동성명을 통해 영국과 캐나다 시민에게 미칠 잠재적 영향, 기업 신뢰도, 홍콩의 국제적 명성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도 인권 위협을 우려하는 성명을 내고 반대하는 등 인권단체들도 가세했다. 국제사면위는 성명에서 "그 법안이 제정된다면 비평가, 인권운동가, 언론인 비정부기구(NGO) 근로자 등을 표적으로 하는 (중국) 본토 당국의 능력을 확장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 사회의 질타가 이어지자 중국 측은 관영 언론을 통해 내정 간섭이라고 했다.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10일 사설을 통해 "외세"가 홍콩에 혼란을 일으켜 중국을 해치려 한다고 주장하고, "공정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면, 그 개정 법안이 합법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는 홍콩 법치주의를 강화하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콩 입법회 건물 밖에서 진압 경찰들이 10일(현지시간) 범죄인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2019.06.10.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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