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년 만에 투자자의날 개최한 골드만, 반응 '싸늘'
절대강자 투자은행·트레이딩부문 변화 적응 못해
[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골드만삭스가 월가의 대표 선수로서의 면모를 잃어버렸다는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익 증진 중장기 방안을 내놨지만 반응이 차갑자 새로운 사업 분할 전략을 고심 중이란 관측이 나왔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13억달러 규모의 비용 감축 등으로 현재 10.6%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2년까지 13%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10년간 경쟁업체에 비해 낮았던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같은 날 0.4%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은행이 특별하게 큰 수익을 낼 수 없게 만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은행감독체제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JP모간 같은 경쟁회사들과는 다른 면이다. 이에 골드만삭스가 '원 골드만삭스'라는 통합전략을 버리고 사업부를 분할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9일 자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보도에 따르면, 철저한 비밀주의 역사를 가진 골드만삭스가 151년 역사상 처음으로 '투자자의 날'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2년까지 ROE를 13%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자기자본이익률 13%를 달성한다면 가장 큰 경쟁자인 JP모간체이스의 현재 상황과 비슷해진다. 중기 계획 상 JP모간의 ROE 목표는 17%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소비자금융 등 신사업투자와 말레이시아 스캔들 벌금 등으로 10.6%의 ROE를 기록했다.
◆ '절대 강자'였던 투자은행-트레이딩 부문이 변화 적응 못해
골드만삭스는 '월가의 트렌드'였고, 투자은행과 트레이딩에서는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트레이딩 부문의 마진이 급격하게 하락했을 뿐 아니라 당국도 이 부분에 대한 필요 자기자본 비율을 높였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헤지펀드들이 이 부문으로 달려들어 경쟁도 치열해졌다. 지난해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부문 자기자본 이익률은 7%에 불과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는 대기업들의 현금관리, 소비자금융, 신용카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우리는 싹을 틔우고 자라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솔로몬은 "장기적으로 우리는 소비자금융이나 결제업무에서 10%대 중반 이상의 ROE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5년간 소비자부문에서 예금 규모를 두배로 키우고 개인자산관리에서 고객수를 30만으로 늘이겠다는 목표와 함께 대체투자부문에서 1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현금관리분야에서 10억달러의 수익과 예금규모도 500억달러로 증가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골드만삭스의 계획이 여전히 경쟁자들을 따라잡기에는 모자라고 또 불확실하다고 평가한다. UBS 애널리스트 브레넌 호킨스는 "기존부문이 아니고 새로운 사업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JP모건 같은 곳이야 기존의 대규모 소매금융과 현금관리부문 덕분에 금융위기 이후 트레이딩부문의 이익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어도 견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에 제시된 수익목표는 JP모건의 그것과 비슷한 구성을 가진 것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 "'원 골드만삭스' 전략 버리고 사업부 분할해야"
골드만삭스가 개최한 151년만의 첫 '투자자의 날'은 그간 잠재해 있던 전략문제 다시 불거지게 했다. 호시절에는 30%대였던 자기자본이익률이 그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는 지금 여전히 '원 골드만삭스' 전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을 통해 과거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것.
어떤 사업분야에서는 빈틈없는 통합이 도움이 되겠지만, 골드만삭스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 우려의 핵심이다. 고수익부문이 신사업부문에 잠식당한다는 것이다. 한때 고수익의 원천이던 트레이딩 부문은 비용축소의 타깃이 됐다. 그리고 또 다른 고수익사업 분야들은 시너지보다는 자체경쟁으로 제살 파먹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서 근원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사업부 분할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렉스가 제시한 솔루션이다.
FT에 따르면 분할은 원 골드만삭스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경영진 입장에 딱 반대 방향의 해결책이다. 기본적으로 사모펀드부문과 자산관리, 트레이딩, 소비자금융이 시너지가 없다는 것이 이 해결책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신사업부문인 소비자 금융이 M&A나 IPO와 시너지가 날 수가 없고 또 자산관리부문은 기존의 투자은행부문에서 하는 사모펀드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자체 경쟁을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로 보면 투자은행부문이 18%, 자산관리부문이 14%, 트레이딩부문이 7%, 신사업 소비자금융이 3%였다.
트레이딩부문이 투자은행부문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신사업 소비자금융이 문제다. 소비자금융이 장기적으로 자가자본이익률을 20%를 초과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골드만삭스가 과연 이를 감내해 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지금 양상으로 미루어 보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산관리부문과 소비자금융을 분리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된다는 분석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광판에 비친 골드만삭스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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