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올 것이 왔다'.
1월 24일 이후 장기 설연휴를 마치고 2월 3일 거래를 재개한 중국 증시는 우려했던 대로 개장하자 마자 대폭락장을 연출했다. 상하이지수와 선전지수는 개장하기 무섭게 각각 8.73%, 9.13% 급락했다. 2900 포인대의 상하이지수는 삽시간에 2700대 선으로 무너져 내렸다. 3000개 넘는 종목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 사실상 약 3600 개 종목 대부분이 하한가나 하한가 근처까지 떨어진 것이다.
3일 상하이지수가 대폭락하던 시각 루스(如是) 경제 연구원 주전신(朱振鑫, 사진) 원장은 기자와의 긴급 전화 인터뷰에서 우한폐렴이 중국 증시에 미칠 영향은 2003년 사스 때와 비교해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우한폐렴 사태로 상하이 종합지수가 설 연휴 직전 주가 기준으로 대략 20% 정도 조정을 받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말하자면 상하이 종합지수 2500포인트대 유지가 위험하다는 관측이다.
주전신 원장은 신종 코로나 확산 추이를 잘 살피면서 면밀하게 시장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서비스 업종에 타격이 클 것이기 때문에 이들 종목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로서는 주식 매도와 관련해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설날 전날인 24일 부터 휴장에 들어간 중국증시는 본래 1월 31일 재개장할 계획이었다.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확산하면서 증권당국은 2월 3일로 개장일을 1거래일 늦췄다.
전문가들은 상하이지수가 연휴전 마지막날인 23일에도 2% 넘게 빠졌지만 연휴중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증시가 재개장 후 대폭락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불룸버그에 따르면 앞서 세계 증시에서는 시가총액이 20일부터 열흘새 한화로 3000조원이나 증발했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는 2020년 출현한 전형적인 블랙스완이다. 쉽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해서 일상 소비및 경제활동, 증권시장에 가공할 타격을 주고 있다.
사스 사태때도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지만 이번에는 충격이 훨씬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03년 사스 사태때는 불안감이 고조됐던 4월 17일 부터 8일 동안 상하이지수가 1487포인트로 7.84% 하락했다. 이번 처럼 하룻새 8%가 넘는 폭락은 그만큼 전조가 안좋고 시장 불안도 크다는 증거다.
거시경제도 사스때 이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기관및 전문가들은 이번 우한폐렴 사태로 1분기 성장률이 4%대 유지가 불안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2020년 한해 전체적으로도 성장템포가 5% 중반대로 후퇴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설 연휴 장기 휴장 끝에 2월 3일 개장한 중국증시가 대 폭락장을 나타냈다. 상하이 지수와 선전 지수는 이날 오전 8%~9%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텐센트재경 상하이지수 캡쳐] 2020.02.03 chk@newspim.com |
2003년에도 3월 중국 사스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같은 해 2분기 경제 성장이 단기적으로 큰 폭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특히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큰 운수 숙박 금융 부동산 등 3차산업의 타격이 컸다. 다만 지속기간은 길지않아 3분기에 사스가 진정되면서 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
2020년 블랙스완 우한폐렴은 엄청난 강도로 서비스 업종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보통 설때보다 훨씬 긴 연휴중 구멍가게와 약국정도 빼고 모든 서비스 업종이 철시했다. 영화관들은 연중 최대 대목인 설날 상영을 일제히 중단했다.
설 당일 전국 박스오피스는 181만 위안으로 작년대비 1~2%대에 그쳤다. 1000분의 1 수준이다. 이에따른 충격은 장기 휴장 끝에 3일 문을 증권시장에 고스란히 전해져 영화 엔터 주식들을 하한가로 끌어내렸다.
영화 엔터테이먼트 업종 뿐만이 아니다. 설 대목을 겨냥해 창고를 있는대로 채웠던 상가들도 친지방문과 외출객의 발길이 뚝 끊기고 선물 수요가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식당, 여행업 ,학원과 오프라인 오락장도 피해가 컸다. 하이디라오 같은 외식 상장기업들도 설 연휴 영업중단으로 매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하이디라오가 상장된 홍콩증시 항생지수도 29일 개장이후 3일간 6%나 하락헸다.
중국 수석이코노 미스트 포럼 이사장 리쉰레이는 사스 당시에도 여행 외식 등 서비스 소비가 큰 영향을 받았다며 이번 우한폐렴 대응 조치는 사스때보다 훨씬 강해 소비 감소폭이 사스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션 의류 호텔 여행 외식 식음료 교통운수 종목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우한폐렴은 사스사태때보다 거시경제와 증시에 더 큰 충격과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2020.02.03 chk@newspim.com |
린쉰레이는 이번 우한폐렴은 외환 선물 주식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스탠스에 큰 변화줄 수 있다며 주가와 위안화 가치를 다시 떨어뜨리고 시스템적 금융위기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상하이 증시 1월 고점을 회복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2월에 피크에 달한다 해도 하강속도는 사스보다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 전파속도가 빨라 제 4세대 전염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때문에 경제와 증시 영향이 2020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우려다. 리쉰레이는 이번 우한폐렴 의 증시 영향에 대해 단기 낙관적으로는 6개월, 길게는 1년이 갈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증시의 제조 업종과 종목들도 이번 우한폐렴에 따라 영업에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설 연휴 이후 근로자 복귀 지연과 이로인한 조업 차질로 제조업과 건축 관련 제조 분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의류 신발 완구 분야 수출이 둔화하면서 주가도 본격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