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서 "새 전략무기 공개" 엄포
전문가 "코로나19에 도발 연기…진정되면 美 대선 전 도발할 것"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해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꼭 1년이 지났다. 당시 하노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각자가 주장하던 '빅딜(일괄타결식 비핵화)'과 '스몰딜(단계적 비핵화)' 사이의 간극을 결국 좁히지 못한 채 헤어졌다. 이른바 '하노이 노딜(No Deal)'이다.
이후 북한은 하노이 노딜의 '쓴맛'을 보여주려는 듯 지난 한 해 총 13번의 도발을 감행했다. 도발을 거듭하며 군사력 증강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 종류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 방사포 등 다양했다.
지난해 2월 2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만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 중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급기야 북한은 지난해 말 '새 전략무기' 공개까지 시사하며 미국과 한국을 압박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당에서 구상하던 전망적인 전략무기체계들이 우리의 수중에 하나씩 쥐여지게 됐다"며 "이제 세상은 곧 머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예상 외로, 북한은 올해 들어 한 번도 도발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11월까지는 도발을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다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이 몸을 낮추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12일 북한 조선중앙TV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보도 일부.[사진=조선중앙TV 캡처] |
◆ 전문가 "北, 코로나19가 최우선 문제…지금은 도발할 여력 없어"
"코로나19 진정되면 인공위성‧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저강도 도발할 것"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지난 8일 북한 건군절이나 다음달 한‧미연합훈련 기간을 전후해서 북한이 새 전략무기를 보여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뒤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왜냐하면 코로나19는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발표문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한 것을 보면 지금 북한 경제가 매우 어렵다. 2018년 북‧미정상회담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있었지만 전혀 좋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전염병까지 돌면 주민들이 엄청 동요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그 문제가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도 "코로나19 때문에 도발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북한은 언제쯤 도발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따지고 있을 텐데 지금은 코로나19 대응 외에 다른 것을 추진할 만한 국가적 여력과 역량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이 강원도 원산일대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북한은 미국 대선 전이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관심을 끌고 북‧미 대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저강도 도발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이 엄포를 놓은 것처럼 새 전략무기 공개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원곤 교수는 "현재 미국 대선 구도를 보면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샌더스 상원의원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생각이 있다고 하는 등 북한에 전향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하든, 민주당에서 샌더스 의원이 당선이 되든 북한에게는 크게 나쁠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을 하더라도 '금지선(레드라인)은 안 넘었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도발을 해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또 북한의 대외정책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사전에 길들이기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대화를 하려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선 전에 도발을 하고, 대선 이후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이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대선 전에 인공위성 발사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저강도 도발을 해서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사이에서 존재가치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대진 교수도 "북한이 미국 대선 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발사,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수한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재설치 등 저강도 도발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