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이미 5개사 스팩합병 통해 코스닥 입성
"변동성 적고 기업 가치평가에 유리하다는 점이 장점"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한 가운데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상장 수요는 증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스팩합병 상장에 대한 예비 상장사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올해 들어 스팩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으로는 ▲애니플러스(미래에셋대우스팩2호) ▲네온테크(DB금융스팩6호) ▲레이크머티리얼즈(동부스팩5호)▲지엔원에너지(하나금융10호스팩) ▲나인테크(교보7호스팩) 등 총 5곳이 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거래소에 합병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해 승인을 통보받았거나 기다리고 있는 기업으로는 ▲카이노스메드(하나금융11호스팩) ▲윈텍(하나금융13호스팩) ▲와이즈버즈(엔에이치스팩12호) ▲여수새고막(교보스팩9) ▲아이비김영(엔에이치스팩15) ▲덴티스(하나금융9호스팩) ▲오하임아이엔티(삼성머스트스팩3) 등 7곳이 있다.
올해 스팩합병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거나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총 12곳으로 이미 지난해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 수(11곳)를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2009년 스팩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2017년의 기록(21곳)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상장 주관사가 신주를 발행해 공모자금을 모아 스팩으로 상장한 후, 3년 내 비상장 기업 또는 코넥스 기업을 합병해 코스닥 우회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3년 안에 합병에 실패해 청산 절차를 밟게 되더라도 투자자들이 투자자금과 그에 따른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저위험 투자처로 간주된다.
스팩합병 상장은 상장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적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 상장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공모자금 규모가 달라진다. 그에 반해 스팩합병 상장의 경우 이미 상장된 스팩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공모자금 규모를 둘러싼 변동성이 적다.
수요예측 기간 중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일어날 경우 비상장사들의 공모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하는 반면 스팩합병 상장의 경우 외부 변수의 영향을 덜 받는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이후 기업가치 저평가를 우려한 비상장사들이 수요예측 등 공모 일정이 연기하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상장예비심사 효력을 연장을 신청해 승인받은 기업들까지 등장했다. 반면 스팩합병 상장은 합병상장에 대한 승인을 받으면 상장 자체에 대한 커다란 변수가 없는 편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스팩합병 상장은 공모자금을 심사청구 초기부터 확정 지을 수 있고, 외부 변수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또 시장 인지도가 낮은 기업들이 가치 평가에 유리하다는 점 등 스팩합병 상장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스팩합병을 통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단편적으로 현재 불안정한 증시 상황 때문에 스팩 합병상장을 결정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결국 목적은 성공적인 상장이며, 스팩이 회사에 더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이다"라며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할 경우 금액(공모자금)이 확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스팩합병 상장은 별도의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증시입성 절차가 직상장보다 간소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상장예비기업 관계자는 "스팩 합병상장의 경우 일반 상장보다 절차가 간편하다"며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받는 부분은 똑같다. 다만 합병을 통해 상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합병안 승인만 받으면 된다는 점에서 절차가 간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확실하게 상장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을 결정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