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류 기대감 증폭...박물관문화재단, 해외 판로 강화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뮤지업샵에서 판매중인 '고려청자케이스'와 '가례도감의궤가 그려진 3단 우산' '왕과 왕비 수저세트' 등이 젊은층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남다른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고려청자 케이스는 미국과 베트남,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여 전통 굿즈의 신한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굿즈(goods)는 특정 브랜드나 연예인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으로 기념이 될만한 상품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전시와 관련해 디자인을 입힌 엽서와 노트, 휴대폰 케이스, 우산 등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마련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선보이는 문화상품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지역 소속 박물관, 자체 공모로 선정한 상품을 소개하고 홍보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미미달 고려청자 케이스 시리즈. 휴대폰, 버즈, 에어팟 케이스 [사진=미미달] 2020.09.11 89hklee@newspim.com |
고려청자케이스를 제작한 '미미달'에 따르면 9월 초무렵 일주일 만에 약 1만개를 팔았다. 밀려들어오는 주문에 미미달 측은 지난 8일 고려청자케이스에 낙관서비스도 중단된데다 홈페이지에 배송지연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고려청자 케이스가 화제가 된 것은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나면서다. 커뮤니티 '이종격투기'와 '더쿠'에서 소개돼 화제를 모았고 그후 SNS를 통해 본격 확산되며 2030세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상품은 올해 서울상징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도 선정된 바 있다. 또, 박물관문화재단이 올해 진행한 문화상품 공모에 선정돼 온라인상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굿즈'로 알려졌고, 지난 7월부터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되면서 판매량도 증가했다.
참고로 젊은층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미미달의 고려청자 시리즈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돼 더욱 의미가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소비자로부터 투자자금을 받고 이에 맞게 물량을 제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비자도 제작자에게도 서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다. 미미달은 올해 3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출시된 후 또다른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도 선보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고려청자 버즈 케이스 [사진=미미달] 2020.09.11 89hklee@newspim.com |
미미달의 고려청자 시리즈는 한국의 전통 디자인이 새겨진 생활용품에다 젊은 세대에게 활용성이 높은 상품이 제작돼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박물관재단 관계자는 미미달의 고려청자 시리즈의 상품성에 대해 "에어팟케이스와 버즈케이스다 보니 상대적으로 젊음 세대가 즐겨 쓰는 품목이다보니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고려청자처럼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어 "젊은층이 사용하는 상품이 굿즈로서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고려청자 디자인이 이 상품의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려청자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미미달의 제품은 운학문매병이다. 구름과 학이 있는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며 "아이폰 에어팟 케이스에 고려청자 디자인이 입혀지니 미니 고려청자를 들고 다니는 느낌이 든다는 이용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자개 스마트톡, 우리문화재 책 갈피세트,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도자기잔세트, 신라유물 머그컵(위부터 시계방향) [사진=국립박물관문화재단] 2020.09.11 89hklee@newspim.com |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추후 재단 굿즈를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판매로를 강화하는데 힘 쓸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건 영문 버전의 온라인샵 사이트가 있다. 아직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영문 사이트에서도 일반 외국에서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게 상품을 업데이트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병학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는 이번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상품의 화제성이 전통적인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상품의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안병학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상품으로 얼마나 큰 잠재적인 가능성을 얻을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한국 전통이 가미된 상품이라서, 한국 전통이 우수해서 이런 결과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전통적인 모티브를 동시대적인 수요에 적용했던 것이 큰 역할을 했고, 대중성을 확보하는 포인트를 잘 읽었다"고 평가했다.
추후 전통 문화 상품의 신한류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디자이너와 상품과 관련해 다각도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과거의 재현에 집중하거나, 과거를 모티브로 차용한 모방에 집중하게 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지금의 감각과 실효성에 무게를 두고, 전통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뤄야 한다"면서 "디자이너 개인의 관심도,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이런 작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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