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유급휴가 발생·미사용시 수당 지급…근로기준법 '합헌'
"미사용시 소멸…사용자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하지 않는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업무상 재해로 휴업해 출근의무가 없는 근로자에게도 연차 유급휴가가 발생하며 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수당을 지급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A방위산업체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및 제4항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A업체에 입사한 B씨는 지난 2000년 12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2012년 7월까지 장기요양을 했다.
B씨는 같은해 10월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된 휴업급여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2008년도 분부터 2010년도 분까지 미지급 연차휴가수당 총 3996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A업체는 "근로자가 전년도 출근율을 총족했으나 실제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할 당해 연도에 업무상 재해 등으로 전혀 출근하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연차 유급휴가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며 "그에 따른 연차휴가수당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및 제4항은 휴업으로 출근의무가 없는 근로자에게도 연차 유급휴가를 부여할 의무를 사용자에게 부과해 헌법상 기업 활동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근로기준법 조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또 3년 이상 계속 근로한 근로자에게는 25일을 한도로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로 연수 매 2년에 대해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휴업한 기간을 출근한 것으로 본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 지급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나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선 연차 유급휴가 규정에 대해 "당해 연도가 아닌 전년도 80% 출근율을 기준으로 하는 근로 보상적 시각에서 제도화된 것"이라며 "연차 유급휴가가 전년도 1년간 근속 및 출근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 이상 이로 인한 사용자의 금전적 부담은 전년도에 제공받은 근로에 대한 대가를 당해 연도에 지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일단 발생한 연차 유급휴가는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근로연도 1년 동안 사용해야 하며 미사용 휴가에 대해 지급하는 수당도 3년의 시효로 소멸한다"며 "이로 인한 사용자의 부담 역시 사용기간과 시효완성으로 함께 소멸한다"고 했다.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근로자에 대한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기회 제공과 문화적 생활 향상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며 "이러한 공익은 연차 유급휴가 지급의무를 지는 사용자가 제한받게 되는 직업수행의 자유라는 사익에 비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