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택 증여 건수 11만9249건 최고치...서울 강남3구에 집중
종부세·양도세 부담 및 주택 가격 상승 영향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올해 전국에서 주택을 증여한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주택자들이 한층 높아진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택을 처분하기보단 증여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올해 종부세가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었다. 고정 수입이 없는 고령층은 세금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세율 및 공시가격이 더 오르는 만큼 주택 증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세금 부담에 증여 택하는 다주택자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11만9249건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최고치다.
10월까지 증여 주택 중 아파트가 7만2349건으로 기존 최다 기록이었던 2018년 6만5438건을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같은 기간 서울에서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9108건이었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5726건을 기록해 서울 전체에서 30%를 차지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0.10.08 leehs@newspim.com |
증여가 늘어난 것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종부세율은 현재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소유자에게 과세표준 구간별로 0.6~3.2%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종부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는 이 비율이 1.2~6.0%로 상승한다.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 90%에서 2021년 95%, 2022년 100%로 올릴 예정이어서 다주택자 세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집을 파는 것도 다주택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이 높다. 다주택자 최고 양도세율은 현재 62%인데 내년 6월부터는 72%로 더 높아진다.
◆"매각 퇴로 열리지 않으면 증여는 늘어날 것"
다주택자들의 증여 건수 증가는 세금과 자산 재조정등을 고려한 선택인 측면이 크다. 증여세는 양도세에 비해 비과세 혜택이 있어 다주택자에게 유리하다. 직계가족에게 증여를 하는 경우 10년간 배우자에게는 6억원, 자녀에게는 2000~5000만원까지 비과세 한도가 적용된다.
여기에 주택 매매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주택을 파는 것보다 증여를 해서 향후 수익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
윤지해 부동산114수석연구원은 "양도세 부담이 큰 상황에서 비과세 혜택도 있는 증여를 다주택자들이 선호하게 된다"면서 "매매는 부담이 되므로 다주택자들은 증여를 하고 똘똘한 한 채를 갖는게 합리적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종부세율은 내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다주택자들은 추가되는 세금을 피하려면 내년 5월까지는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 영향으로 증여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종부세나 보유세 부담이 늘어도 주택 가격 상승이 이어진다면 증여는 지속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택 보유가 세금 내는 것보다 이익이라면 주택 보유나 증여가 합리적인 선택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양도세 감면 조치등이 없다면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증여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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