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선 방사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KIDA 기고문서 밝혀
"군 보유 전투기와 협동작전 및 주한 미공군과 연합작전 고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첫 시제기가 출고된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와 관련해 일각에선 "스텔스기로 개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이미 군이 보유한 전투기와의 협동작전을 고려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9일 대한민국 자체 전투기 개발 및 노후 전투기 대체사업의 결과물인 KF-21 1호 시제기가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 비전을 선포한 후부터 국산 전투기 개발을 시작한 지 20년 만의 성과다.
대한민국 첫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 [사진=KAI] 2021.04.09 |
KF-21은 공군의 4.5세대 미디엄급 전투기 개발사업이다. 군이 장기 운영 중인 노후 전투기(F-4, F-5)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 중이다. 약 120대 양산 예정이며, 총 개발 비용은 약 8조 8300여억원이다.
그런데 왜 하필 4.5세대 전투기로 개발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5세대 스텔스기를 개발해서 배치했고, 미국은 F-22, F-35를 능가하는 6세대 전투기를 이미 시험 비행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은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스텔스기인 F-35 105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도 2021년까지 F-35A 40대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한다.
이에 대해 정광선 방사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최근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기고한 글에서 "검토단계에서 KF-21은 당시 한국이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하게 될 전투기인 F-15K와 F-X(현재 F-35A)와 함께 협동작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스텔스 능력과 같은 5세대 전투능력보다는 다양한 무장장착과 작전수행능력을 감당할 수 있는 (K)F-16 동급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고, 이를 4.5세대급 전투기라고 부르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정 단장은 "한국 공군의 작전 근간은 한미 연합작전인데, 이에 따라 연합 상호운용성 확보가 핵심 고려사항으로 대두됐고 또 연합 전술데이터 통신과 연합 비화통신(祕話通信) 장비에 대한 체계통합이 필요했다"며 "한국 공군이 기존에 갖고 있는 항공탄약 활용 및 유사시 주한 미공군과의 항공탄약 공동 활용 또한 요구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존에 군이 보유한 전투기와의 협동작전 능력, 그리고 주한 미공군과의 연합작전 능력을 우선 고려한 결과물이 4.5세대 미디엄급 한국형 전투기인 KF-21이라는 설명이다.
[사천=뉴스핌]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경남 사천시 고정익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애서 출고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4.09 photo@newspim.com |
◆ 軍, 향후 스텔스기 진화 가능성 열어놔…"확장성 가질 수 있어"
하지만 KF-21이 향후 스텔스기로의 진화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 군 안팎의 중론이다.
스텔스기의 핵심은 '저피탐'이다. 저피탐이란 'Low Probability of Intercept(LPI)'인데, 쉽게 말해 적에게 탐지가 될 가능성을 낮추는 것(피탐 확률 감소)이다.
저피탐은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는 면적이 아주 작아지는 것이다. 아쉽게도 100% 포착되지 않는 건 없다. 다만 적이 레이더를 통해 볼 때 전투기인지 새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스텔스 기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저피탐 기능을 갖추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전투기의 형상이다. 기존 전투기 F-4, F-5, F-16 등을 보면 전투기 끝이 둥근 모양에 가깝다.
그런데 스텔스기인 F-22, F-35를 보면 전투기 끝이 뾰족한 모양이다. 1991년 걸프전에서 활약한 것으로 유명한 F-117은 거의 가자미를 연상케 할 만큼 전투기 끝이 뾰족하다. 전투기 끝이 뾰족해야 적의 레이더에서 쏜 전파가 적게 반사되기 때문이다.
KF-21 역시 전투기 끝이 뾰족하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KF-21도 향후 스텔스기로의 진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강은호 방사청장도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KF-21이 (북한에 대한) 비대칭 무기로 힘을 가지려면 스텔스 기능이 돼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가능하냐'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확장성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군 고위급 인사가 처음으로 KF-21의 스텔스기 진화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이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