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신출귀몰'한 움직임이다. 상장사의 주가를 들었다 놨다하는 투자조합 얘기다.
새해벽두부터 쌍용차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 에디슨모터스의 관계사 에디슨EV는 대주주 '먹튀' 논란이 빚으며 증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에디슨EV의 전신은 소형 전기차를 만들던 업체인 쎄미시스코로, 에디슨모터스의 모회사인 에너지솔루션즈에 인수된 뒤 사명을 바꿨다.
백지현 자본시장부 기자 |
그로부터 3개월 후인 8월 이들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투자조합들이 조합원 현물 배분 명목으로 매도에 나서자 지분율이 5% 아래로 하락하며 의무 공시대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디엠에치를 주축으로 한 투자조합 6곳은 컨소시엄을 구축해 쎄미시스코의 대주주였던 이순종 전 대표와 특수관계인 5인의 지분을 양도 받았다. 이들은 대략 213만주를 취득해 유상증자 전 기준으로 무려 37%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사실상 대주주였던 그들이 매도에 나설 수 있었던 건 6개의 조합이 지분을 쪼개 가져 최대주주의 보호예수 의무도 면피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가장 많이 지분을 취득한 디앤에이치의 지분율도 9.45%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에디슨EV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에너지솔루션즈의 경우 보호예수 규정으로 보유지분이 1년간 묶인 상태다.
투자조합은 2명이상의 조합원 출자를 통해 기업인수 등의 목적으로 구성된 인적 결합체로 민법상 조합이 대부분이다. 대량보유 공시에서 대표보고자 외에도 조합원들을 연명보고 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실상 현물 분배가 이뤄지고 난 뒤에는 쪼개진 주식들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다보니 단순투자 목적으로 들어온 투자조합이 주가가 급등하면 차익실현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기업사냥형 불공정거래에서도 자주 동원된다. 조합이 기업경영권을 장악한 뒤 내부정보를 이용하거나 고의로 주가를 부양해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다.
물론 투자조합의 존재 자체를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필요는 없다. 한 취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좋은 투자조합이 건실한 기업을 결정하는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높게 쳐주는 것이기 때문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기꺼이 되어주는 투자조합은 주주 입장에서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투자조합의 선의에 기댈 수만은 없는 일이다. 투자조합이 단타 차익실현이나 주가조작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 당국의 대주주 지분 공시에 대한 규정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법의 허점을 노린 투자조합의 만행이 수년째 포착되고 있지만 당국은 '감시 강화'라는 원론적 조치에 그치고 있다. 구멍을 메우지 않는 한 투자조합의 만행과 애꿎은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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