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확진 증가 속 재택치료자 49만322명
7개월 영아·10대·50대·70대 사망 잇따라
내달 위중증 2500명 전망…의료현장 비상
[세종=뉴스핌] 이경화 기자 =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재택치료 환자가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의료체계 '구멍'이 발생하고 있다.
22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49만322명으로 전날 46만9384명과 비교해 하루 만에 2만938명이 늘었다. 지난달 2일 2만4717명과 비교하면 두 달도 채 안 되는 사이 20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현재 신규 확진자의 97%가 재택치료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행 정점에 도달하는 다음 달 중에는 재택치료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방역당국이 재택 환자에 대한 격리·치료 지침을 속속 완화하면서 환자관리에 구멍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재택치료 환자 나날이 급증…관리 사각지대 확대 '불안'
방역당국은 지난 9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증상·백신접종력에 관계없이 검체 채취일로부터 7일로 줄였다.
10일부터는 코로나19 재택 환자 관리를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에게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일반 확진자는 방역당국 관리 없이 스스로 관리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고위험군 이외 60세 미만 일반인 확진자들에 대해 원격 모니터링을 중단하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셀프치료'가 시행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에서 재택치료전담팀 직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코로나19 재택치료자를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집중관리군'과 그 외 '일반관리군'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2022.02.10 mironj19@newspim.com |
이러한 재택치료 관리 지침 이후 사망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 수원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후 재택치료를 받던 7개월 영아가 발작증세를 일으켰으나 인근 지역 내 병상을 확보하지 못해 뒤늦은 병원 이송 중 숨졌다.
앞서 19일에는 서울 관악구에 사는 50대 남성이 확진 후 재택치료 배정도 받기 전에 홀로 숨졌고 인천 동구에서도 16일 7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중 이탈해 찜질방을 찾았다가 숨진 채 발견되는 사례가 나왔다.
이보다 앞선 지난 4일 광주광역시에서는 10대 학생이 격리 해제 후 두통·호흡곤란을 호소해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격리병실에서 치료를 받다 끝내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전남대병원은 사망 원인을 코로나19로 폐에 혈전이 쌓인 폐색전증으로 추정했다. 이 학생은 백신 2차접종을 완료했고 평소 건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역당국 지침 상 재택치료자는 7일 간 증상이 없거나 호전된 경우 유전자증폭(PCR) 검사 없이 격리해제 된다. 또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자가격리 관리·감시제도가 폐지됐다. 의료기관은 확진자와 연락 두절 시 응급상황으로 보고 보건소에 연락하도록 돼 있지만 기간 등 기준은 없다.
방역당국은 제한된 의료대응 능력을 고위험군에 집중 투입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는 현 방역체계에서 앞으로 증상 악화로 인한 사망, 무단이탈 등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확진자 폭증 후폭풍…위중증 환자도 증가세
재택치료 관련 사고가 이어지는 데다 위중증 환자 증가세까지 맞물리며 향후 의료체계 마비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우세종화에 따른 영향으로 2월 말이나 3월 중 하루 최대 14만~27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위중증 환자 수도 2500명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18일 오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10만9831명, 위중증 환자 수는 385명 발생했다. 2022.02.18 kimkim@newspim.com |
정부는 당장 추가 병상을 확충해 하루 위중증 환자 2000명 발생까지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정점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중증환자 의료대응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환자용 병상도 문제거니와 무엇보다 의료현장에서 간호사 등 필수 인력 감염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장은 감염으로 인해 벌써 직원 수십명이 이탈하고 병상도 4분의 3이 들어찼다. 수술이나 외래 진료 등도 실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코로나19가 풍토병(엔데믹) 초입 단계라면서 국민들을 무장해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부 방역이 역주행하면서 중증·사망자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정부의 완화 메시지가 가장 큰 문제"라며 "오미크론의 유행 규모가 너무 커지게 되면 중증환자 규모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점에 이르렀을 때의 상황이 예측이 안 되니까 중증환자가 얼마나 갈지도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경고했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