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가격 낮고 물량 많아
과거 도입 이력 바로 투입 가능
다만 도입까지 최소 3~4개월 소요
당장 추가 공급처 찾아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정부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한 서방의 금융제재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정유, 석유화학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수출입 대금을 주고 받을 때 사용해왔던 스위프트 결제망이 막히면서 사실상 원유 수입이 막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대체 공급선으로 현재 미국과 핵 협상에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란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란산 원유는 경제성이 높아 국내 기업들의 선호가 높았다. 미국의 경제 제재 이전인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원유 수입량의 13%를 차지했다. 다만 경제 제재 해제 이후 계약과 도입까지 최소 3~4개월이 소요된다는 우려도 있다.
[키예프 로이터=뉴스핌] 주옥함 기자= 현지시간 24일 수도 키예프 중심부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국방부 주변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하며 침공이 시작됐다. 2022.02.25. wodemaya@newspim.com |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결정에 '정해진 수순'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수출 제한 품목에 '에너지'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일말의 기대를가졌던 정유, 석화사들은 결국은 올 것이 왔다며 체념하는 분위기다. 과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과정을 경험했던 업계는 살길 모색을 위해 하루 빨리 대체선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5375만 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5.6% 수준이다. 또한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량은 667만톤(t)으로 전체 수입량의 23%로 1위다.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업체들이 생산하는 주요 제품의 원료다. 에틸렌·프로필렌 등은 플라스틱 등 각종 화학제품의 원료로 쓰이다 보니 '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국내 석화 업체들 가운데 러시아산 나프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곳들이 더큰 문제다. 이들의 경우 이른 시일 내에 대체선을 찾지 못할 경우 타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과거 이란 경제 제재 당시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 현대케미칼, 한화토탈 등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았던 기업들이 대체선을 찾는데 분주했었다. 특히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가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연료인 나프타 함량이 다른 유종보다 높고 가격이 저렴해 이들 기업의 수입 비중이 높았는데 이를 다른 대체선으로 찾았고 그 당시 러시아가 새로운 대안이 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산 나프타는 주로 콘덴세이트이고, 해당 제품으로 이를 분해하는 설비 가운데 스플리터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있다"면서 "스플리터는 러시아산 콘덴세이트 정제에 최적화된 설비로, 다른 유종을 투입하는데 제한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과 이란 간 금융 및 원유·석유 제품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양국 전문가 실무협의가 15일부터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2022.02.16 [사진=외교부] |
그외의 기업들도 사정이 크게 낫지 않다. 러시아산 나프타 수출이 제한되면서 전체 나프타 가격을 끌어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나프타 가격은 이미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석화업계는 최근 정부에 한시적으로 수입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없애달라며 '긴급할당관세'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산 원유, 나프타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과 이란 간의 핵 합의 복원 협상이 성과를 거둘 경우 이란산 원유, 나프타 공급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가격 급등의 충격을 흡수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특히 이란산 원유는 경제성이 높아 국내 기업들의 선호가 높았다. 미국의 경제 제재 이전인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원유 수입량의 13%를 차지했다. 다만 경제 제재 해제 이후 계약과 도입까지 최소 3~4개월이 소요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 경제 봉쇄 해제도 1차, 2차에 걸쳐 진행될 테고, 한-이란 관계 복원에도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이슬람력으로 새해인 3월21일을 기점으로 변화가 시작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봉쇄 해제와 계약 체결, 국내 도착 등에 빨라도 3-4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안에 재고가 바닥난다면, 필요 물량을 대체할 다른 공급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