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제도 변경하고 안착까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등장으로 수사권 재조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후 만난 한 경찰 간부가 말했다. 이 간부는 수사권 조정 큰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내용이 자주 바뀌면 불필요한 갈등만 키워 사회적으로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에도 수사권 재조정 가능성은 커졌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검찰과 경찰이 협의체를 만들어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라고 주문해서다. 지난 24일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은 후 인수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 범죄 피해자들의 신속한 권리 구제에 어려움이 있다는 현장 목소리를 전달했다"며 "범죄 피해자 구제에 공백이 없도록 검경 책임수사 체제 협의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밝혔듯이 수사권 재조정 논의 명분은 국민이다. 수사권 조정 후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는 등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은 길어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은 64.2일로 1년 전(55.6일)과 비교해 8.6일 늘었다.

수사권 재조정과 함께 교통안전 정책인 '안전속도 5030'도 1년도 안 지나 다듬어질 상황이다. 안전속도 5030은 경찰이 5년 동안 준비한 끝에 지난해 4월 전면 시행한 제도다. 도심 내 차량 속도를 일반도로는 시속 50㎞ 이하(소통상 필요한 경우 60㎞), 어린이보호구역과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시속 30㎞ 아래로 제한한다. 경찰은 차량 중심 교통문화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시행 초기에는 다소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다"면서도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되므로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 조성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인수위는 이 제도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은 날 인수위는 "제한속도 5030과 같이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이 있는 정책은 국민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탄력적 운용"을 주문했다. 이 주문에 맞춰 경찰은 일부 구간 또는 일부 시간에는 제한 속도를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제도 시행 후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보완점을 찾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상황에 맞춘다는 이유로 땜질식으로 손을 대기 시작하면 제도는 누더기가 된다. 제도 도입 취지도 흐릿해진다.
자주 바뀌는 세부 내용으로 국민 혼선은 커질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세부 내용이 짧게는 2주 단위로 바뀌며 국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숙지하기도 전에 내용이 또 바뀌니 국민들은 우왕좌왕했다. '제도는 조만간 또 바뀐다'와 같은 불신도 생겼다. 새 정부는 '제도 변경하고 안착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걸 염두해야 한다.
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