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견서·의료자문으로 도수치료 필요성 확인
실손보험 적자 눈덩이...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보험사들이 도수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일정 횟수 이상을 받으면 의사소견서나 의료자문으로 치료 필요성을 확인하고 지급하는 것이다. 과잉진료로 실손보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내달부터 도수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한다.
도수치료를 20회 이상 받으면 의사소견서를 통해 치료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50회 이상 받을 경우 치료받은 병원이 아닌 제3병원에서 의료자문으로 치료 필요성을 판단받아야 한다. 도수치료에 대한 횟수 제한이나 자기부담금이 없는 1~2세대에서 보험금 지급 문턱을 높인 것이다.
실손보험 발생손해액 추이 [그래프=금융감독원] 최유리 기자 = 2022.03.31 yrchoi@newspim.com |
다른 보험사들도 강화된 기준을 적용 중이다. DB손해보험은 도수치료전담팀을 꾸려 치료가 10회를 넘어가거나 보험금 청구가 많은 특정 병원에서 치료받는 등 과잉진료가 의심될 경우 의사소견서나 의료자문을 요구한다. 현대해상도 20회 이상 도수치료를 받으면 의료자문을 요청한다.
손보사 관계자는 "치료 목적으로 필요해서 받는 경우도 있지만 실손보험을 믿고 마사지 받듯 무분별하게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허들을 만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지급 기준을 손본 것은 과잉진료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치료 필요성이 낮아도 보험금을 믿고 '의료 쇼핑'에 나서는 가입자나 이를 부추기는 일부 병·의원들로 누수가 심각하다는 것.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발생손해액은 1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7조5000억원에서 57% 급증했다. 1세대가 4조6000억원, 2세대가 6조원으로 전체 손해액의 90%를 차지했다.
손해액이 급증하는 것은 비급여 항목에서 나가는 보험금 탓이다. 특히 허리디스크, 요통 등 근골격계 질환은 청구금액이 많은 상위 질병으로 꼽힌다. 병·의원 주요 비급여 항목에서 도수치료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가 지급한 재활·물리치료비는 2018년 2392억원에서 2020년 4714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지급 기준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보험사 자체 기준일 뿐 법적 강제성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금 지급을 주장하는 민원이나 분쟁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보관하지 않거나 검사 없이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는 등 우회로를 만들어낸다"며 "다만 보험금 지급이 거부되면 병원에도 민원이 늘 수 있어 결과적으로 과잉진료가 줄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