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나홀로' 폐배터리 회수책 시행
"폐배터리 재활용해 시장가 우위 점해"
"배터리소유권은 차주"…법 위반 논란도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테슬라가 폐배터리 회수 정책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막대한 가격 경쟁력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현재 국내 경쟁사보다 최대 40%가량 저렴한 가격에 차량 배터리를 교체해주고 있다. 폐배터리를 회수해가는 대신 새 배터리를 저가에 공급해온 것이다.
국내서 폐배터리를 수거해가는 완성차 업체는 테슬라가 유일하다. 테슬라 정책에 현행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는 등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제도 정비가 시급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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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자사 폐배터리 소유권 주장…현행법 위반 의혹"
테슬라 배터리팩 교체 비용은 경쟁사 대비 20~40%가량 저렴하다. 테슬라 배터리팩 교체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1700만원 정도인데, 국내 경쟁사 배터리 교체 비용은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기아 니로EV는 2100만원, 현대차 코나EV는 2400만원 수준이다.
테슬라 배터리 교체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이른바 '코어차지(Core Charge)' 프로그램 탓이다. 코어차지는 새 부품 구매시 헌 부품을 반납하면 일정한 금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포드 자동차가 2003년 최초 도입한 뒤 미 주요 제조사들이 알루미늄 휠, 범퍼, 조명 조립품 등 주요 부품에 대해 이를 적용해왔다. 테슬라도 전기 배터리 교체 시 폐배터리를 반납하면 일정한 금액을 돌려준다.
문제는 차주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점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교체하려면 폐배터리를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현재 배터리 교체 시 폐배터리 소유권에 관한 법령이나 규정은 없다. 대기환경보전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부터 전기차 폐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하는 의무규정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폐배터리 소유권은 차량 소유주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최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일반적으로 차주가 차량 고장 등 이유로 일반 수리를 통해 배터리를 유상 교체하면 폐배터리는 차주가 소유한다"고 밝혔다. 리콜 등 하자가 있는 배터리를 무상교체하는 경우에만 제조사가 배터리를 회수한다고 국토교통부는 설명했다.
현재 국내서 폐배터리를 회수하는 제조사는 테슬라뿐이다. 국토부는 향후 동향과 관련해서도 "국내 주요 제조사는 코어차지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김 의원실에 보고했다.
◆ '테슬라, 나홀로 법 위에 군림?'…다른 제조사도 눈치전
폐배터리 소유권을 놓고 법정 다툼도 벌어진 상태다. 손해보험업계는 코어차지 정책을 문제삼아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간 손해보험업계는 차주 대신 전기차 배터리를 교체한 뒤, 폐배터리를 되팔아 이익을 남겼다. 현행법(상법 제681)상 전손폐차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보험금을 모두 지급한 보험사가 그 목적에 대한 비보험자 권리를 취득한다. 손해보험업계가 폐배터리 소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다. 그러나 테슬라가 폐배터리를 수거해가자 이를 두고 소유권 분쟁이 벌어진 것. 테슬라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테슬라 홀로 현행법 위에 군림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선 테슬라가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어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A 제조사 관계자는 "전기차 제도 정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허점을 파고들어 테슬라만 폐배터리를 수거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장 혼란이 가중되기 전에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0년 4000억원에서 2025년 3조원, 2030년 21조원, 2040년 87조원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제조사들도 폐배터리 회수 정책을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수입차 B 제조사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시 폐배터리 회수 방침을 못 박는 계약 정책을 구축하려 준비 중"이라며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선 이미 폐배터리 회수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폐배터리는 잔존 가치와 활용도가 매우 높은데, 테슬라가 고객에게 제대로 안내도 하지 않고 자사 기준만 내세워 이를 회수해가고 있다"며 "국내법은 물론 사회통념과도 크게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테슬라도 국내 규정과 통념에 맞게 회사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