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롯데·CJ·농심·삼양 오너일가 3·4세 전격 등판
신사업발굴·해외사업 등 줄줄이 그룹 핵심업무 꿰차
원자재 불안에 금리·환율 상승..."성과내기 부담되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유통업계 오너 3세들이 잇따라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핵심사업과 신사업 발굴 임무를 부여 받는 등 능력 검증대에 오른 것이다. 젊은 오너 3세를 중심으로 유통가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는 최근 호스피탈리티 부문 미래전략실 전무로 승진했다. 지난 2020년 12월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로 경영에 복귀한지 2년여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것이다. 김 전무는 1989년생이다.
김 전무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인테리어, 리모델링, 커머스 등 추진 중인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한 그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직도 겸임한다. 최근 미국 3대 버거 '파이브 가이즈'를 유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전무.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 [사진=각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도 연이어 공개석상에 나서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신 상무는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와 롯데백화점을 둘러보며 유통사업을 점검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잠실 롯데타워에서열린 '롯데-노무라 교류회'에 참석했으며 지난 9월 베트남 하노이에는 신동빈 회장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면담에 동행하는 등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 상무는 롯데케미칼에서 인수합병과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최근 들어 그룹 내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신 상무에 대한 경영수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두 자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부사장)과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은 적극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다. 장녀인 이경후 부사장은 2017년 CJENM 마케팅 및 브랜드 담당 상무를 맡았으며 2020년 CJENM 부사장대우에 오르면서 현재까지 브랜드전략실을 총괄하고 있다.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담당의 핵심업무는 미주 중심의 글로벌 사업 전략으로 대체육, 배양육 등 미래 신사업 관련 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특히 올해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 브랜드인 '플랜테이블'을 론칭하고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신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 신상열 농심 구매담당 상무. [사진= 각사] |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상무도 지난해 말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9년 3월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약 3년 만에 임원 자리까지 초고속 승진한 신 상무는 구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구매부서는 원자재 수급 관리 등을 다루는 곳으로 식품기업에서는 핵심 업무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곡물, 유지류 등 글로벌 원재료 가격이 고공행진한 만큼 경영 검증을 위한 시험대에 본격 올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양식품의 오너 3세는 라면 외 신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대표는 지난해 6월 콘텐츠 계열사인 삼양애니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 2019년 6월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삼양식품에 입사한지 3년 만에 계열사 대표로 승진한 것이다. 전 대표가 이끄는 삼양애니의 주력 사업은 콘텐츠커머스 사업이다. 불닭볶음면 등 라면사업 비중이 90% 이상인 삼양식품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콘텐츠'를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원자재 수급 불안과 환율상승 등 대외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핵심업무를 꿰찬 오너 3·4세들의 능력 검증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3세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 대외환경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다만 어려운 만큼 능력 검증의 측면에서는 최적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