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년 누락 신고, 국제조세조정법 위반 혐의
"79억원 이하 벌금형 사안…이미 74억원 납부 고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해외금융계좌에 보유 중인 재산 수백억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 1심에서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조수연 판사는 29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제조세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 회장에 대해 "증거에 의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해외계좌에 보유 중인 금액 수백억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는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2.08.25 mironj19@newspim.com |
조 판사는 "피고인이 과소 신고한 금액이 매우 크고 기간도 적지 않으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범죄전력이 없는 점, 과소 신고한 금액 중 증여세와 상속세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나 탈루 의도로 보이지 않는 점, 이 사건 이후 과세관청의 세무조사를 통해 부과된 소득세를 모두 납부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라 계좌신고의무자가 해외금융계좌를 과소 신고한 경우 누락 액수가 50억원이 넘으면 2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미신고액의 20%에 해당하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조 판사는 "피고인은 여러 건의 신고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경합범 가중규정에 따라 79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으나 74억원이 이미 납부된 점을 고려했다"며 "벌금 액수를 5억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 회장은 2016년과 2017년 싱가포르 등 해외금융계좌에 각각 1616억원과 1567억원을 보유하고도 256억과 265억원을 누락해 신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서 회장은 2015~2019년 해마다 해외금융계좌 잔액을 과소 신고했는데 이 가운데 2015년 과소 신고는 공소시효 만료 문제로 먼저 약식기소돼 법원에서 벌금 12억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2018~2019년 과소 신고는 법령 개정으로 9억원과 21억원의 통고 처분을 받아 총 42억원을 기한 내 납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6~2017년 과소 신고에 대해서는 서 회장과 계좌를 공동보유한 서 회장의 배우자가 총 32억원의 과태료를 납부해 두 사람이 합계 74억원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서 회장이 증여세 등 회피 목적으로 장기간 과소 신고했다며 징역 2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반면 서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법률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과소 신고했지만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태평양그룹 창업주인 서성환 회장의 장남이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친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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