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중간요금제에 과기부 장관이 브리핑
KT 차기 CEO 공백...자유시장경제논리 역행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SK텔레콤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 요금제를 냈는데 과기정통부 장관이 나와서 자랑을 하듯 브리핑을 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한 통신업계에 정통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23일 SK텔레콤이 낸 5G 중간요금제와 관련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을 두고 이 같이 말했다. 이날 SK텔레콤은 5G 요금제에 공백이 있었던 데이터 24GB에서 110GB 사이의 구간별 요금제를 신설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SKT 5G 신규요금제 신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3.23 yooksa@newspim.com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제 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요금 구간을 세분화해 국민의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지적한 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이통3사를 대상으로 요금제를 담합하거나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는지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후 SK텔레콤이 5G 요금제를 냈고, 서비스를 출시한 날 이종호 장관이 정부 청사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며 SK텔레콤이 낸 5G 중감요금제 발표에 나섰다. 이 일련의 과정은 결국 정부가 통신사의 팔을 비틀어 5G 중간요금제를 내 놓는 모양새가 됐다.
통신사에 불어 닥친 정부 입김은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더 매서웠다. 오늘(27일) KT는 차기 대표 후보였던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KT는 불과 4일 후인 31일 대표 선임 건이 포함된 주주총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2주 전 윤 사장이 KT 대표 후보로 낙점된 이후 정치권과 검찰은 윤 사장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검찰은 KT텔레콤 일감 몰아주기, 구현모 KT 대표 관련 불법 지원, 사외이사 접대 등 구현모 대표와 윤 후보에게 제기된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윤 사장은 결국 백기를 들었고, 구현모 대표에 이어 윤경림 사장까지 KT 내부 출신의 차기 대표 선임 시도가 두 차례나 좌절되며 KT 수장으로 정부 낙하산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KT 대표에 낙하산 인사가 꽂혀서 KT가 총대를 메고 정부 통신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되면 우리도 난감해질 수밖에 없죠.". 한 통신업계 고위관계자는 우려했다.
통신서비스는 이제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떼려야 뗄 수 없는 보편적 서비스가 됐다. 매 정권이 민생안정 차원에서 통신비 인하 카드를 내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사 역시 엄연히 민간기업이고, 정부의 개입이 심해질수록 자유 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수밖에 없다. 초유의 차기 CEO 공백사태를 맞이한 KT는 연초 짜야할 사업계획 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 압박에 5G 구간별 요금제를 내놓은 SK텔레콤 역시 이미 짜둔 1년치 계획들을 다시 짜 맞춰야 하는 꼴이 됐다.
"통신비 절감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있죠. 그런데 이런 방식은 아니란 말입니다.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선 치밀한 계획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결과를 도출해야 합니다. 그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요."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