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유죄→2심 무죄→대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의사 진료행위, 업무방해죄 보호대상 '업무' 해당"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소위 '사무장병원'에 고용돼 일하는 의사를 찾아가 난동을 부리며 진료를 방해한 행위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줄기세포 이용 연구 관련 그룹을 운영하는 B회장에게 5억9000만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자 2016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B회장이 운영하는 병원에 찾아가 돈을 내놓으라며 행패를 부려 의사 C씨의 진료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병원에서 '가짜 줄기세포'라고 말하는 등 허위사실을 적시해 B회장의 명예를 훼손하고 2017년 4월 경에는 그룹 임원들을 폭행한 혐의도 있다.
1심은 폭행과 업무방해, 일부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폭행 및 일부 명예훼손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으로 감형했다. 그러면서 "해당 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B회장이 개설해 운영하는 것으로 병원 운영에 관한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사의 진료 업무도 병원 운영에 관한 업무에 포함되고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무장병원 등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업무도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에 포함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피고인의 행위와 당시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 전부 또는 일부는 피고인이 C씨의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원심은 C씨의 진료행위를 방해한 것인지 더 심리해 업무방해죄 성립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료인인 C씨의 진료행위도 병원 운영에 관한 업무에 포함돼 별개의 보호가치 있는 업무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업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지만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의 진료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고 설명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