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병원의 행정 업무가 추가되면서 연간 9억 정도 비용이 추가된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사망 후 비로소 살아있었다는 것이 확인되는 미등록 아동 관련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현재 11건을 추가 수사 중에 있는데, 이에 따라 향후 경기 수원, 울산에서와 같은 사건이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친모에 의해 살해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고, 22일에는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 쓰레기봉투에서 아기 시신이 발견됐다.
조민교 사회부 기자 |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 처해있는지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인재(人災)였다. 지난해 3월에도 경남 창원에서 출생 등록이 되지 않은 생후 2개월 된 아이가 영양결핍으로 숨졌고, 지난 2020년 여수에서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 시신이 냉장고에서 발견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법 제도를 완비하지 못해 결국 이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오는 30일 출생통보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계는 출생신고 주체가 '의료 기관'이 된다면 이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기사 취재를 하던 중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출생통보제가 적용되면 의료 현장의 경제적 부담이 상승한다"며 "연간 9억 정도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정부 부처에서도 비용부담을 이유로 꺼리는 분위기라고 알고 있다"고 했다.
한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것이 현실인 마당에 돈 얘기를 듣고 있자니 속이 답답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의료계로서는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왜 자신들에게 지우는 지 화가 날 법도 하다.
의료계 핵심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내부 전자 시스템을 활용해 지자체에 출생통보 의무를 지도록 하는 법안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평원에는 의료기관이 입력한 임산부의 진료기록이 전송되기 때문에, 책임 주체를 의료기관이 아닌 심평원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관련 내용이 담긴 출생통보제 법안을 대표로 발의한 상태다.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는 정부다. 사고가 일어나 대안을 마련하면서 의료계에 갑작스러운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조리하다. 조속한 법안 마련을 통해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가 해야 할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심평원을 통한 제도개선 법안이 발의된 만큼, 정부가 책임 의식을 갖고 입법에 임해야 할 때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