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최근 BNK경남은행의 500억원대 횡령사고가 더해지면서 7년 간 은행권에서 횡령된 고객 돈은 1500억원대를 넘겼다. 이중 되찾은 돈은 7.6%에 불과하다. 고객의 신뢰, 은행의 이미지 실추 등 무형의 가치까지 계산하면 환수되지 않은 손실액은 더 클 것이다.
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 |
지난해 4월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5대 시중은행장들은 국정감사에 불려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수백억 횡령에 따르는 대가는 컸지만, 유린당한 고객돈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달 초 경남은행에서 또다시 5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의 거액 횡령사고가 발생한지 겨우 1년 3개월 남짓 지난 시점이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사고를 보고 받은 뒤 긴급 현장검사에 착수, 투자금융부 이씨의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 경남은행 횡령사건은 우리은행과 닮은꼴이다. 이씨는 2007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15년 넘게 PF를 담당하며 한 부서에서 근무하며 수백억원의 고객 돈을 빼돌린 뒤, 잠적했다. 경남은행이 손실리스크에 대비해 올해 2분기 대손충당금으로 쌓은 294억원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 한 번에 날아간 것이다. 앞서 우리은행 횡령 역시 한 부서에서 10년 이상 장기 근무한 직원에 의해 발생했다.
이달에는 대구은행 직원들이 불법으로 예금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사건도 있었다. 대구은행 영업점에서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동의 없이 여타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것. 이 사건으로 대구은행이 추진하던 시중은행 전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과 이달 발생한 경남은행, 대구은행 사건 사이에도 크고 작은 횡령 사고는 지속돼 왔다. 지난 5월 신한은행 강남중앙지점에서 발생한 2억~3억원 고객 예금 횡령, 그보다 앞선 3월 기업은행 영업점에서 발생한 2억원 가량의 횡령 사건 등.
기간을 늘려서 보면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사고는 더 많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권에서 횡령을 저지른 임직원 수는 202명, 횡령액은 1816억590만원에 달했다. 이중 은행권 횡령액은 1509억8010만원으로 전체의 83.1%를 차지했지만, 환수된 금액은 7.6%(114억982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12억원의 횡령 사건이 터진 우리은행의 환수액도 0.7%(4억9800만원)에 그쳤고, 최근 분기 보고서에서 '회수 가능 여부가 불확실해 전액 손실 처리했다'고 표기하기도 했다.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에 대한 환수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횡령한 직원은 7월 20일부터 무단결근했고 현재 잠적한 상태다.
은행권에서 발생한 2000억원대 횡령에 대한 책임에서 은행과 금융당국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한 부서에서의 장기 근무가 횡령 사태를 야기한 것으로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빼다 박은 듯 한 횡령사고를 야기한 은행도, 적기 검사를 놓친 금감원도 심기일전해야 한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사고 직후 진행한 PF대출 전수 점검에서 '이상 없다'는 경남은행의 보고를 의심하지 않았고, 이전 정기검사와 수시검사에서도 횡령 정황을 포착하지 못했다.
'이자이익' 관행 비판 등 금융시스템 개입보다는 은행 내부통제의 실효성 있는 작동을 위한 검사‧감독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내부통제의 유의미한 개선을 위해 경영진 '책무구조도' 관련 법령의 조속한 통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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