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에서 칼부림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60~70대로 보이는 남성이 대낮 길거리에서 과도를 들고 배회한다는 것. 긴급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경비원이 사과를 깎아먹기 위해 자신의 차에서 과도를 꺼내오다 오해를 받은 것이었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칼부림에 대한 시민의 불안이 일상에 만연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신정인 사회부 기자 |
출퇴근길 지하철 대피 소동도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8시22분쯤엔 30대 남성이 열차 안에서 양손으로 승객들을 밀치자 칼부림으로 오해한 승객들이 도망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18명이 뒤엉켜 넘어지는 등 부상 당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7시53분쯤에도 열차 내 외국인 승객이 쓰러진 것을 본 승객들이 칼부림으로 오인하고 앞다퉈 뛰쳐내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칼부림 신고가 급증하면서 현장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선서들은 특별순찰 지시에 긴급출동 횟수까지 늘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A씨는 "요즘 신고에 '칼'만 들어가면 무조건 코드 제로"라며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다른 업무들을 다 제쳐두고 대응해야 하니까 피로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흉기 난동 신고나 이상동기 범죄(무차별 범죄)에 대한 통계도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흉기 난동의 경우 살인이나 강도처럼 '범죄 유형'에 속하는 것이 아닌 '수단'이기 때문에 건건이 신고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통계 관리가 어렵다는 게 112치안상황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상동기 범죄는 지난해 특별팀까지 구성됐지만 아직 별다른 통계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의 갖은 노력에도 결과가 아쉬운 건 객관적 근거가 될 데이터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체계적인 현장 대응과 실태 분석을 위해 통계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선 이미 2006년부터 범죄 매뉴얼에 '불특정 동기 살인'을 따로 규정해 통계를 수집하고 있다. 실태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선 기초적인 통계 자료가 우선시돼야 한다.
유독 사건 사고가 많았던 여름이 지났다. 안전한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선 사후 대책을 넘어 데이터 관리를 통한 사전 예방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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