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후보 캠프에서 300만원씩 나눠준다는데 우리도 대책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전 후보의 당선을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나눠주자고 최초로 제안했던 사람은 윤관석 무소속 의원(전 민주당 의원)이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윤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전직 보좌관 박용수 씨에 대한 속행 공판에서 강 전 위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 강 전 위원은 "당대표 경선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나눠주자고 최초로 말한 사람은 윤관석이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라고 답했다.
검찰이 "2021년 4월 24일 윤관석으로부터 '지금 우리쪽 상황이 불안정하지 않냐. 홍영표 후보 캠프에서는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나눠주고 있다고 하던데 우리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강 전 위원은 "통화는 그렇게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4월 26일 캠프 관계자 등이 모인 기획회의에서 윤 의원이 '홍영표 후보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300만원 정도씩 뿌린다고 하니 우리도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식 의제로 나온건 아닌데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 말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기획회의에 임종성·허종식 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느냐"는 물음에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8.04 pangbin@newspim.com |
검찰이 "돈봉투를 의원들에게 나눠주는 일은 윤관석이 직접 하는 것으로 정해졌던 것은 맞느냐"고 묻자 강 전 위원은 "정해져 있다기 보다는 윤관석 의원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의원님이 알아서 하는게 맞지 않나'라고 다들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검찰이 "기획회의 당시 '홍영표 후보 캠프에서는 300만원을 뿌렸다'는 말이 나왔는데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그보다 더 적은 돈을 나눠주기로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추궁하자 강 전 위원은 "검찰 주장대로면 4월 27일, 4월 28일에 돈봉투를 준걸로 보여지는데 그 시점은 의원들이 돈봉투로 판단이 흔들릴 시점이 아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검찰이 "그럼 경쟁 후보 캠프에서 300만원을 준다고 하는데 우리 캠프에서는 그보다 더 적게 주기로 결정하는게 상식적이냐"고 되묻자 "상식적으로는 경쟁 후보 캠프에서 300만원을 주면 우리 캠프에서도 300만원을 주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돈봉투 안에 현금이 얼마나 들어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검찰은 민주당 돈봉투 의혹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일 검찰은 돈봉투를 수수한 의혹을 받는 임종성·허종식 민주당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윗선으로 지목된 송 전 대표는 지난 3일 검찰이 별건수사 등 위법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수사심의위는 외부 전문가들이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 등에 대해 심의하는 제도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등을 심의한다.
송 전 대표 측은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바탕으로 돈봉투 사건 수사를 개시해 송 전 대표의 당시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으나 여전히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소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신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특가법 위반(뇌물) 혐의를 추가해 지난 9월 25일 새로 이사한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면서 "검찰은 본건 수사 이외에도 먹사연이 기부받은 후원금이 정치자금 내지는 제3자 뇌물이라는 별건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형사소송법이 금지하는 위법한 별건수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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