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원고 승→2심 각하
'내력벽' 해당 여부 두고 판결 엇갈려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집합건물의 소유자가 베란다 벽체를 철거하는 등 '대수선' 공사를 할 경우, 이에 대해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에게도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조모 씨가 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대수선허가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청구를 각하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조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504호를 소유한 사람이다. 2009년 같은 건물 402호의 공동소유자인 김모 씨와 문모 씨는 강남구청의 허가 없이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내력벽을 철거했고, 조씨는 2019년 8월 이에 대한 원상복구를 내용으로 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강남구청은 다음 날 김씨 등에게 건축법 위반 사항을 시정하라는 내용을 안내했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같은 해 10월 '김씨 등의 대수선 허가(추인) 신청에 대해 건축법 제22조에 따라 사용승인 처리됐다"며 조씨에게 사건 종결을 안내했고, 조씨는 해당 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용승인'은 건축주가 허가받은 대로 건축공사를 완료한 뒤 행정청이 허가받은 대로 시공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건축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김씨 등은 건축주가 아니고, 당시 건축주는 아무런 허가를 받지 않고 대수선 공사를 해 사용승인에 관한 규정은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이 사실상 사후 추인의 성격을 갖는데, 관계 법령상 행정청의 판단에 따라 이를 불문에 부치거나 적법한 것으로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조씨에게 원고적격이 없다며 사건을 각하했다. 각하는 심판청구의 요건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돼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서 등에 의하면 이 사건 벽체는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9호에서 규정한 '내력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당 벽체가 내력벽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조씨는 이에 대한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갖는 제3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한번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해당 벽체는 무거운 하중을 견디기 위해 내부에 철근을 배근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견고한 형태를 갖추고 있고, 402호 아래층에도 같은 위치에 동일한 구조의 벽체가 시공돼 있다"며 "실제 해당 벽체가 건물의 5층 베란다 바닥을 구성하는 슬래브의 하중을 견디고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건물 전체의 구조, 해당 벽체의 구조와 설계·시공상의 취급, 해당 벽체에 미치는 하중의 방향과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벽체는 내력벽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집합건물 공용부분의 대수선과 관련한 행정청의 허가, 사용승인 등 일련의 처분에 관해서는 그 처분의 직접 상대방 외에 해당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에게도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