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다이내믹 변화 예상...제재 강화 관측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으로 국제사회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해외 외교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고립된 두 국가의 밀착이 지정학적 역학에 큰 변화를 의미하며,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18일(현지시각) CNN은 푸틴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것 같지는 않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파트너십 강화와 점차 커지는 러시아, 중국, 서방국 간 균열은 북한 핵개발을 견제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연구원 에드워드 하웰은 CNN과의 인터뷰서 "북한과 러시아 관계는 단순한 필요를 넘어서 미국과 서방국에 대한 단합된 전선을 구축해 대항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북한에 도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6.19 mj72284@newspim.com |
◆ 러, 北 바라는 핵 기술 넘길까
전문가들은 이번 방북으로 푸틴 대통령은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부족한 무기 지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식량과 연료 등의 지원 외에도 무기 개발을 위한 기술 지원 등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에서 회담한 뒤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26만톤에 달하는 군수품을 받았고, 북한제 미사일도 최소 10발을 발사했다.
CNN은 지난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받은 지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국 정부에 따르면 식량 등 필수품이 전달된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우주, 미사일, 핵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술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9월 회담에서 북한의 우주 및 위성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할 의사를 밝혔는데, 두 차례 실패했던 북한의 첫 군사 정찰 위성인 '만리경-1'이 회담 후 성공적으로 발사돼 실질적 지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의 고성능 무기와 우라늄 농축, 원자로 설계, 잠수함 핵 추진과 관련된 기술 접근을 원하고 있다.
워싱턴의 카네기 국제 평화 기금의 핵 정책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인 앙킷 판다는 "김정은은 러시아로부터 모든 것을 얻고자 할 것"이라면서 "다만 그가 실제로 그것을 얻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레이더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개선 등 제공할 수 있는 덜 민감한 기술들이 아직 많아 굳이 핵 관련 기술 협력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 고립과 대립 선명해진 '비극의 세계'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세계로부터의 두 국가 고립은 심화되고 서방국과의 대립 구도는 더욱 선명해지는 등 국제사회 역학 관계가 비극으로 향할 것으로 우려했다.
전 미국 대사이자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인 마이클 맥폴은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협력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현재는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폴은 지난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싱크탱크가 주최한 팟캐스트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 시절만 하더라도 북한과 이란에 관련된 비확산 노력에 미국과 러시아가 협력했고 중국 역시 같은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반대라면서 "(핵) 비확산 노력에 전혀 협력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이며 비극적 세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정치전문 매체 유라시아리뷰는 18일자 논평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체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이 푸틴 방북을 자국 안보 이익에 대한 직접적 도전으로 간주해 방어 전략과 외교 접근 방식을 재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을 압박하고 고립하려는 미국의 노력도 저해해 미국이 역내 군사력을 증강하거나 러시아의 영향력을 상쇄하기 위해 한국 및 일본과의 외교적 교류를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당장은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으나 결국은 더 강력한 제재를 불러올 수 있으며, 북핵에 대한 견제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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