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25일 '2024년 세법 개정안' 발표
중견기업 분류기준, 중기 매출액 3배 상향
졸업 유예기간 2년 더 늘려…상장사는 7년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1 의류 제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 사장 A씨는 올해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을까봐 조마조마하다. 3년 평균 매출액이 3000억원을 넘으면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그동안 받아왔던 세제 혜택이나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준 금액을 3000억원에서 4500억원으로 상향하면서 마음 편히 기업 성장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2 중소기업 B사는 매출액과 자산총액 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며 엄연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싫어 회귀를 고민하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 각종 지원은 축소되는 데 반해 규제는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졸업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면서 새로운 정체성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정부가 중견기업 범위를 업종간 과세 형평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소기업 졸업 유예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 기업들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성장 단계를 밟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시 중견 분류…형평성 고려해 '업종별 3배' 적용키로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조특령) 제2조를 손질해 중견기업 범위를 조정하겠다는 방안을 담았다. 중견기업 기준이 되는 매출액 상한을 중소기업 업종별 매출액의 3배, R&D 세액공제의 경우 5배 수준으로 각각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간절히 바라왔던 사안이다. 중소기업계는 사실상 영업이익은 부진한 상황인 데 반해 물가 상승 등으로 표면적인 매출액이 늘어 중견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 중소기업일 때 받았던 세제 혜택과 R&D 지원 등을 받을 수 없다.
현행 중견기업 범위 기준은 '직전 3년 평균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이다. 중소기업은 업종별로 다른 매출액 기준이 설정돼 있으나 중견기업에는 일괄 3000억원 미만이 적용돼 왔다. R&D 세액공제의 경우 5000억원 미만이 적용된다.
이는 그동안 업종별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일부 업종에서는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이 다른 업종에서는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 매출액 기준이 낮은 업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클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중견기업 매출액 상한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중소기업 매출액 기준은 ▲의류 제조·1차금속 제조 등 1500억원 ▲식료품 제조·건설·도소매 등 1000억원 ▲운수창고·정보통신 등 800억원 ▲보건사회복지·기타 개인서비스 등 600억원 ▲숙박 음식·교육 서비스 400억원이다. 중견기업 매출액 기준은 이와 같은 각 업종별 기준에 3배를 곱한 규모로 조정한다. R&D 세액공제는 5배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의류 제조·1차금속 제조 등의 중견기업 매출액 상한은 4500억원으로 늘어나고, 운수 창고·정보통신 등은 2400억원으로 낮아진다. 보건사회복지·기타 개인서비스와 숙박 음식·교육 서비스는 각각 1800억원과 1200억원으로 하향된다. 식료품 제조·건설·도소매는 기존 3000억원이 그대로 적용된다.
중소기업 매출액 기준의 5배가 적용되는 R&D 세액공제는 숙박 음식·교육 서비스(2000억원)와 보건사회복지·기타 개인서비스(3000억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향된다. 특히 중소기업 매출액 기준이 가장 높은 의류 제조·1차금속 제조 등은 5배를 곱해 7500억원까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중견기업 범위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제외 업종에 부동산 임대업을 새롭게 추가한다. 기존 제외 업종은 소비성 서비스업과 금융업, 보험·연금업, 금융·보험 관련 서비스업 등이다.
여타 다른 중견기업 분류 기준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을 것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법인이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면서 최대 주주인 기업이 아닐 것 등은 그대로 적용된다.
◆ 졸업 유예기간 늘려 성장 사다리 강화…중기 회귀하는 '피터팬 증후군' 해소 기대
정부는 중소기업 기준을 초과할 시 갖는 졸업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는 성장 사다리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현행 조특령상 중소기업은 ▲업종별 매출액이 기준 금액을 초과할 시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일 시 ▲관계 기업과의 매출 합산액이 업종별 기준 금액을 초과할 시 중소기업을 졸업하게 된다.
정부는 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준을 초과해도 세제상 중소기업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3년간의 졸업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최초 사유 발생 뒤 다음 3개 과세연도까지 적용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 졸업 유예기간 확대 안내 [자료=기획재정부] 2024.07.24 rang@newspim.com |
3년의 졸업 유예기간을 마치면 중견기업으로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정책 등을 적용받게 된다. 그동안 다수의 기업들은 중소기업일 때 받던 세제 혜택과 R&D 지원 등이 사라지게 된다며 고충을 호소해 왔다. 이에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사례들도 다수 발생했다. 자기 자신이 성인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피터팬 증후군'과도 같은 현상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졸업 유예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2년 더 확대한다. 중소기업의 자본시장 진출을 유도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우수기업의 성장 가속화를 지원하기 위해 코스피·코스닥 상장 기업은 2년을 추가로 유예한다. 기존 3년에서 7년으로 4년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제도 악용 방지를 위해 기업별로 단 1회만 유예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준대기업 수준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할 경우와 대·중견기업과 합병할 경우 등에는 유예기간 없이 중소기업에서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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