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뭐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것을 쫓아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12·3 비상계엄으로 탄핵심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출석해 계엄 선포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피청구인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설명이든, 해명이든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당연하다. 헌재 심판 뿐만 아니라 민·형사 재판에서도 피고인, 채무자 등도 말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이다. 대통령으로서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식의 표현은 귀를 의심하게 할 만 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헌재에서 한 발언 중 국민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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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김기락 차장 |
선포 이후 국회 등에 군과 경찰 등이 투입됐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군경 지휘부가 내란 및 직권남용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도 수사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들이 왜 재판과 수사 등을 받고 있는 것일까?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후, 서울서부지법에서 난동을 피운 수많은 젊은이들은 왜 구속됐을까? 전국 곳곳에서 집회로 나라가 두동강 난 것 같다.
또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민생과 경제는 어떠한가? 코로나19 때 보다 더 힘들고, 살기 힘들다는 국민 목소리는 극에 달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달 설날 모습만 봐도 시장 상인 등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곳곳에 드러나 있다.
동네 재래시장 상인들은 "코로나 때 보다 장사가 더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고물가 탓에 주부들은 마트에서 장보기가 겁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국 불안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 여건 악화 등이 맞물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게 아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13일 8차 변론 기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변론 종결 뒤 선고까지 약 2주일 걸린 점을 미뤄, 3월 초중순 선고가 유력하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변론 추가 기일을 정하더라도 선고는 3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아무 일도 없었는지, 헌재의 판단은 머지않았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