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국식품산업협회장 자리 놓고 이례적 경합
K푸드 민간 외교관 역할...무보수·명예직에도 잇단 출사표
이르면 내달 총회...정관변경·선거 동시에 진행하는 방향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황종현 SPC삼립 대표와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가 한국식품산업협회장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무보수, 명예직임에도 유수의 식품기업 CEO들이 연이어 출사표를 내면서 이례적인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협회 측은 이르면 내달쯤 이사회와 선거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효율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은 지난 21일 회장단 10여명과 함께 식사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황종현 SPC삼립 대표와 박진선 샘표 대표 각각의 차기 협회장 출마 의지를 확인했다.
그간 협회는 내부 추대를 통해 협회장을 선임해왔다. 차기 협회장 자리를 놓고 두 후보가 경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9년 당시 풀무원 대표였던 이효율 회장이 선임될 당시만 해도 앞장서서 협회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식품산업협회장 임기는 3년이다. 이 회장은 한차례 연임을 거쳐 지난해 임기를 마쳤다. 현재 차기 협회장 선출이 지연되면서 임시로 직무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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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SPC삼립 황종현 대표, 샘표식품 박진선 대표. [사진= 각사] |
1969년에 설립된 식품산업협회는 192개 식품기업·협회가 가입된 식품업계 최대 단체다. 협회장은 보수 없는 명예직으로, 식품업계의 입장을 정부와 정치권에 대변하고 업계 내 쟁점 사항을 중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관련해 이효율 협회장은 지난달 협회장 명의의 설명자료를 통해 "국내 식품업계의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의 작심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회원사의 수출 판로 지원, K푸드 홍보 등도 협회 주요 역할이 됐다. 관련해 식품산업협회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식품박람회 시알파리(SIAL Paris 2024)에 K푸드 전용관을 열고 63개 대규모 부스를 꾸리기도 했다. 올해도 오는 10월 독일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 아누가(Anuga)에 주빈국으로 참석, 대규모 부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례적으로 차기 협회장을 놓고 두 후보가 경합하게 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국내 식품기업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민간외교관 역할의 협회장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황종현 대표(63)는 동원그룹 등 식품업계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영업·마케팅 전문가다. 동원그룹에서 재직하며 굵직한 인수합병(M&A) 등을 주도했으며 2019년 삼진식품(현재 삼진어묵) 대표를 거쳐 2020년 SPC삼립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황 대표가 이끄는 SPC삼립은 2022년 '매출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성장세를 잇고 있다.
박진선 대표(75)는 박규회 샘표식품 창업주의 손자로 오너3세 경영자다. 1988년 샘표식품에 입사해 이사 겸 뉴욕지사장을 맡았다. 1997년부터 샘표식품 대표이사 사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부친인 故 박승복 전 샘표식품 회장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식품산업협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최근 언론을 통해 "회장직은 회원사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며 "식품 사업을 위축시키는 규제 개혁 등을 협회가 대신해야 할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협회는 황 대표와 박 대표의 출마의지를 확인한 만큼 차기 협회장 선임을 위한 제반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기존 협회 정관에는 이사회 협의를 통해 협회장을 선출한다고만 명시돼 있어 투표로 협회장을 뽑을 경우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협회는 투표 방식과 절차, 기준 등을 논의 중이다.
선거가 시행될 경우 정회원사인 약 170곳이 투표권을 갖게 될 전망이다. 현재 협회는 식품 연관 협회를 특별회원으로, 그 외 소기업 등을 준회원사로 두고 있다. 협회는 각 식품기업 CEO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차기 협회장 선출일정을 최소한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관변경을 위한 총회 이사회와 투표를 같은 날 진행하는 방향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르면 내달 총회를 여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정관 변경을 위해 검토할 부분이 많고 총회와 선거를 함께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5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