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유럽연합(EU)이 다음 주 시행하려 했던 미국의 철강 관세에 대한 보복 관세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미국이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자 EU도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0일(현지 시각) 입장문에서 유예 결정을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주목했다"며 "협상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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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유럽연합(EU) 벨기에 본부에서 기자회견 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날 EU는 지난달 12일 시작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오는 15일부터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복 조치 시행을 확정했다. 최종 대상 품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 3월 CNBC가 입수한 초안에는 의류, 가금류, 곡물, 기계류 등 다양한 품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90일 뒤에)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대응 (보복 관세) 조치가 이행될 것"이라며 "추가 대응 조치를 위한 준비도 계속 진행 중이며, 모든 선택지는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90일간 상호 관세를 즉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관세가 면제되는 국가들에는 10%의 기본 관세만 적용된다. 이처럼 관세를 유예한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가 협상을 위해 미국에 접촉하고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표 직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역사에 남을 랠리를 보였다.
한편 미중간 관세 전쟁은 확전일로다. 중국은 미국에 84%의 보복관세를 매겼고 트럼프 행정부는 물러서지 않는 중국에 125% 관세를 부과했다.
고립무원의 형세에 빠진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다졌다.
이날(10일) 오후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125% 관세에 대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관세를 무기 삼아 각국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했으며, 이는 공공연히 악행을 저지르며, 전 세계와 대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싸우기를 원치 않지만,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중국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박탈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 경제 무역 규칙이 파괴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린젠 대변인은 "미국이 관세 전쟁이나 무역 전쟁을 고집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은 반드시 국제사회의 더욱 강한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