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수요 급증 속 주도권 탈환 노려
전기차 꺾이자 ESS로 '방향 전환'
유휴 라인도 ESS용으로 전환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전기차 배터리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ESS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K-배터리 3사가 ESS 시장에서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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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제공] |
2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ESS 배터리 시장은 올해 약 97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179GWh로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다. 전력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 간헐적인 재생에너지원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전력 댐'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도 함께 증가한 상황이라 시장에서는 ESS 시장의 더욱 가파른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주목받던 시장이었지만 그동안 ESS 시장의 상당 부분은 중국 업체가 차지했다. 지난해 북미 시장의 ESS 배터리 수요는 78GWh였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의 점유율을 환산하면 무려 87%나 된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약세가 불가피해졌다. 시장에서는 이 자리를 국내 배터리 기업이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적용할 경우 중국에서 생산한 ESS 컨테이너 시스템의 가격은 kWh당 151달러에 달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은 보조금 수령 시 Kwh당 131달러로 더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배터리 기업들은 ESS 배터리 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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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잠시 쉬고 있는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했다. 미국 미시간 공장과 폴란드 공장이 대표적이다. 각각 다음 달, 연말에 상업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적 공급처도 확보했다. 폴란드 국영전력공사 PGE가 추진하는 대규모 ESS 프로젝트의 사업 파트너로 선정됐다. 글로벌 에너지 관리 업체 미국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5년간 총 4GWh 규모의 주택용 ESS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십도 맺었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최대 전력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에 ESS용 삼원계(NCA)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전체 공급량은 6.3GWh에 달한다.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하는 규모다.
게다가 삼성SDI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실적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로 전환하는 등 생산능력을 20% 이상 추가 확보해 올해 실적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온도 ESS 사업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ESS 사업부를 이석희 사장 직속 조직으로 격상시켰으며 'ESS 솔루션&딜리버리실'도 신설했다.
이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성장세가 꾸준한 ESS 부문에서 연내 반드시 가시적인 사업적 성과를 내겠다"며 "미국 생산공장들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수주할 수 있도록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SK온은 LFP(리튬인산철) 소재 기반 ESS 개발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 비해 ESS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품질만큼은 뒤지지 않는다"며 "여기에 관세로 인해 중국 기업 대비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에 나섰다는 것도 K-배터리 3사에 긍정적인 요소다. 최근 배터리 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ESS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정책 금융 제공 등 지원을 건의했고, 정부는 관련 기관과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이 실장은 "글로벌 ESS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만큼 국내 ESS 산업 생태계를 재정비하고, 출력제어 빈도가 많은 제주·호남을 대상으로 500㎿(메가와트)급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중앙 계약 시장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ESS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전력시장에서의 차익거래 등 신시장 확보를 위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