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탈, 순매수 '32만주' → 순매도 '81만주'
주가 방어 실패...시총 1조원 ↓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SK텔레콤이 최근 일부 가입자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를 겪으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해킹 사고가 공개된 지난 22일 이후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세로 돌아섰고, 개인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서며 수급 균형을 이뤘다. 이에 따라 25일까지는 주가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지만, 28일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에 주가가 약 7% 급락하며 충격이 본격화됐다.
◆외국인 이탈 본격화…81만주 순매도
28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 이후, 투자 주체별 수급 흐름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해킹 사고가 공개된 지난 22일 외국인은 SK텔레콤 주식 32만2794주(약 188억원)를 대규모 순매수했다. 같은 날 개인은 31만9971주(약186억원)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이후 외국인의 매수세는 눈에 띄게 약화됐다. 23일 외국인은 3만9594주(약23억원)를, 24일에는 9만9930주(약57억원)를, 25일에는 8만352주(약46억원)를 각각 순매수에 그쳤다.
이는 지난 22일 32만주를 쓸어담았던 것과 비교하면 매수 규모는 4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사실상 외국인 매수세의 75% 이상이 빠져나간 셈이다. 28일에는 외국인이 81만4188주(약 443억원)를 순매도하며 매수세가 완전히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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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개인은 초반 대규모 매도에서 점차 매수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였다. 23일에는 4만7371주(27억원)를 순매수했으나 24일과 25일 각각 3만529주(17억원)과 29만7326주(56억원)으로 매도세로 전환했다.
외국인의 매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매도세가 완화되면서, 25일까지는 주가 급락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28일, 개인이 200만주(약 1087억원)를 대규모 순매수했음에도 외국인 매도 물량을 모두 흡수하지 못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시장 관계자는 "외국인은 리스크를 민감하게 반영해 매도세로 대응했지만, 개인은 SK텔레콤의 재무 건전성과 배당 매력을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주가 4거래일간 버텼지만…28일 대폭락
SK텔레콤 주가는 해킹 충격에도 불구하고 지난 25일까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매수세가 점차 약화되면서 28일에는 결국 7% 급락하는 등 충격이 본격화됐다.
지난 22일 SK텔레콤은 전일 대비 1.38% 오른 5만8800원에 마감했으며, 23일에는 2.04% 하락한 5만7600원으로 조정받았다. 24~25일에는 추가 낙폭 없이 소폭 등락을 거듭하며 5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28일, 유심 재고 부족에 따른 혼란이 가중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날 SK텔레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5% 급락한 5만3900원에 마감했다.
주가 급락에 따라 시가총액도 크게 감소했다. 25일 약 12조4000억원이었던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28일 11조5772억원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날 KT의 시가총액은 12조92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 간 시가총액 격차는 약 1조3000억원으로 벌어졌다.
올해 들어, SK텔레콤은 22년 동안 유지해온 통신업계 시총 1위 자리를 KT에 내주며 접전을 벌여왔지만, 이번 해킹 사태를 계기로 양사의 격차는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한편,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대응 차원에서 전체 가입자(약 2310만 명)를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하기로 했다. 개당 약 7700원 상당인 유심 칩을 전량 무상 제공할 계획이다. 모든 가입자가 유심을 교체할 경우 SK텔레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 재무구조는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의 부채비율은 76.8%, 순부채비율은 57.1%로 안정적이다. 또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이자보상배율은 13.7배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7조6090억원, 영업이익은 약 1조7530억원을 기록했다.
nylee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