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실패 딛고 완성차 수주…원팀 뭉쳐 기술 완성
P-OLED 유연성·신뢰성으로 고객 불안 해소, 직계약 성사
LG어워즈 고객만족상 수상…협의체 가동하며 추가 수주 기대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LG디스플레이가 최근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와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신규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8년 전 한 차례 수주에 실패했던 프로젝트를 상품기획, 영업, 개발, 공정 부서가 '원팀'으로 다시 뭉쳐 수주를 성사시킨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패를 디딤돌 삼아 고객 신뢰를 쌓고 기술 완성도를 높인 결과다.
14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전장업체(티어1)에 제품을 공급하는 관행을 깨고 완성차 업체와 직접 계약에 성공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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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P-OLED [사진=LG디스플레이] |
이번에 수주한 제품은 플라스틱 OLED(P-OLED) 기반으로, S자 형태로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로 알려져 있다. P-OLED는 유연한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사용해 뛰어난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가볍고 구부러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발주처나 구체적인 제품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7년 이 고객사에 OLED 디스플레이를 처음 제안했지만 높은 차량용 신뢰성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수주에 실패했다. 고객은 다른 업체와 협업을 택했지만 결국 프로젝트를 완주하지 못했고, LG디스플레이 역시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어떤 환경에서도 10년 이상 구동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오히려 이 실패는 고객의 고충(페인포인트)을 깊이 파악하게 만들었고 언젠가 다시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를 키웠다. 이후 LG디스플레이는 OLED 대세화를 위해 선행기술에 투자하며 신뢰성을 보강했고, 지난 2022년 고객에게 '선행기술협업협의체(DIST)'를 제안하며 다시 문을 두드렸다.
고객이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리스크까지 먼저 짚고 해결책을 찾는 'Bad News First' 전략을 구사한 것이 핵심이다. "이거 됩니다"라는 과장보다 "이 점은 어렵지만 이렇게 풀겠다"는 투명성이 고객을 움직였다.
LG디스플레이는 P-OLED가 갖는 디자인 차별성을 부각했다. 실제로 고객사는 P-OLED의 자유도를 보고 '세상에 없던' 디자인을 냅킨에 스케치해 제시했고, LG디스플레이는 현지 워크숍을 열어 검토에 들어갔다.
'세상에 없던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새로운 방식을 찾기 위한 노력에 들어갔다. 워크숍 2주 차에 접어들자 "이거 된다"는 감각이 팀에 퍼졌고, 결국 고객이 공식 레터로 수주를 확정했다.
이 과정을 이끈 건 기술이나 설비만이 아니었다. LG디스플레이 개발, 상품기획, 영업, 공정 등 전 부문이 "신규 수주는 어느 한 팀의 기회가 아닌 LG디스플레이 모두의 목표"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원팀으로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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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어워즈'에서 고객만족상을 수상한 LG디스플레이 프로젝트팀 [사진=LG디스플레이] |
초기에 불협화음도 있었지만, 각자가 가진 지식을 아낌없이 꺼내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속도를 냈다. 구성원들은 "이 정도로 했는데 다른 회사는 절대 못 따라올 거라는 자부심과, 혹시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동시에 안았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4월 LG그룹 차원의 'LG어워즈'에서 고객만족상을 받으며 고객가치 창출 사례로도 인정받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날 "차별적 미래가치를 향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며 언제나 최우선에 두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객"이라며 "LG의 도전과 변화의 DNA를 더욱 진화시켜 또 다른 최초·최고의 차별적 가치로 이어가고, 고객에게 더욱 사랑받는 LG의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또 다른 기술협업협의체를 가동하며 추가 신규 수주를 노리고 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