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 근무자·프리랜서 및 특수고용노동자 적용 예외
故 오요안나 MBC 캐스터 사망으로 괴롭힘 방지법 확대 적용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16일로 6년을 맞이한 가운데 법의 사각지대가 여전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괴롭힘 인정을 받은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 씨의 사건처럼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노동자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이 어려운 탓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오 씨의 사건과 관련해 괴롭힘 행위를 인정했다. 다만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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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6년이 됐지만 5인 미만 사업장 근무자, 프리랜서나 특수고용 노동자 등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뉴스핌DB] |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 76조 2항에서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계약 업무 외에 고인이 MBC 소속 근로자가 통상 수행하는 행정, 당직 등의 업무를 하지 않는 프리랜서로 본 것이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프리랜서 및 특수고용직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근무 노동자, 온라인 괴롭힘에 대해 적용이 불가하다.
아이돌그룹 뉴진스의 하니도 하이브 레이블 직원으로부터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해 이후 뉴진스 팬이 진정을 내 고용노동부가 하니의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지난해 11월 "하니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보기 어렵다"며 행정종결 처리했다.
방송 비정규직노동자 단체 엔딩크레딧과 직장갑질119가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 39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 1년 간 한 번이라도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답변은 75%였다. 괴롭힘 수준은 '매우 심각하다'가 14%, '심각한 편'이 45%로 과반의 응답자가 심각한 괴롭힘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82.7%가 직장 내 괴롭힘의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프리랜서, 특수고용직까지 직장 내 괴롭힘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 문가람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이후 제정 취지에 맞춰 괴롭힘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다만 사각지대 등 미비점이 여전히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며 "5인 미만 사업장 근무자나 프리랜서 노동자라고 해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노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사용자가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지금은 선언적인 의미인데 이를 보다 폭 넓게 적용해 특수고용직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에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결국 노동자성의 확대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고용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돼 있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확대 적용뿐만 아니라 더 큰 틀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근본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사각 지대는 일부 노동자들이 노동자들로 인정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한계라기 보다는 도급관계로 위장된 사업자와 임금노동자의 지위 등 노동자성의 확대문제와 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는 IMF 때부터 시작된 문제로 매우 오래됐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해서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직장 내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해서는 실질적 사용자성이 조금이라도 인정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포괄적으로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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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상캐스터로 근무했던 故 오요안나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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