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테퍼도 2Q 매입
점진적인 매수 추천
버핏 애플-BofA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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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2025년 2분기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H)을 매입한 것은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 뿐만이 아니다.
월가의 '빅 쇼트(Big Short)'로 통하는 마이클 버리와 데이비드 테퍼가 이끄는 헤지펀드 업체 아팔루사 매니지먼트도 업체의 주식을 상당 규모로 매입한 사실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13F를 통해 확인됐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내고 "버크셔의 대량 매입은 유나이티드헬스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업체의 주가가 바닥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켓워치는 버핏의 이번 베팅에 앞서 언급한 저평가 매력과 재무건전성, 보험업에 대한 선호도 이외에 보다 근본적인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나이티드헬스가 미국 의료 시스템을 마치 카지노처럼 운영하는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업체는 단순히 의료 분야에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자회사인 옵텀(Optum)을 통해 의사와 약국, 의료 데이터와 결제 시스템까지 모두 손에 쥐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규제 리스크로 인해 업체의 주가가 실제 기업 가치보다 30~50% 저평가 돼 있다는 점이라고 마켓워치는 강조한다. 규제 리스크란 앞서 언급했던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icare Advantage) 요율을 둘러싼 미 법무부와 정치권의 공격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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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H의 자회사 옵텀 [사진=블룸버그] |
이 같은 상황을 수 차례 경험한 94세 노장 버핏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의회가 강경하게 나올 경우 유나이티드헬스가 5300만 유권자들의 의료 서비스를 앞세워 역공을 펼칠 것으로 보이고, 결국 의회가 후퇴하는 시나리오를 점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당뇨 인구에게 인슐린 공급을 책임지는 회사를 압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마켓워치는 강조한다.
최근 분기 업체의 실적이 다소 둔화됐고 연간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성적이라고 마켓워치는 평가한다. 무엇보다 매년 200억달러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하는 데 커다란 의미를 둔다. 이는 변호사나 로비스트 비용까지 모두 지출한 뒤 순수하게 남는 이익이라는 점에서 업체의 펀더멘털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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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이티드헬스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매일 1만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65세가 돼 메디케어에 가입하는데 유나이티드헬스는 이 시장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막강한 시장 지배력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최적화가 업체의 강점으로 꼽힌다. 환자 결과를 최적화 한다는 것은 실리콘밸리 식 표현으로 하자면 더 많이 청구하고 더 적게 제공하되 알고리즘을 활용한다는 의미다.
마켓워치는 300달러 초반대의 주가 수준에 대해 '묘지로 가는 통행증을 큰 폭의 할인 가격에 매입하는 셈"이라고 평가한다.
사실 버핏이 유나이티드헬스에 베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2009년 사이 버크셔는 업체의 주식을 118만주 매입한 뒤 2010년 건강 보험 섹터 전반에 걸친 약세 흐름 속에 지분을 청산했다.
과거 성공적인 투자를 근거로 월가는 이번 매입이 또 한 차례 바닥에서 진입하는 기회로 판단하는 움직임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와 옵텀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추세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경영진이 2025년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2026년 AI를 포함한 첨단 기술 동원으로 10억달러 비용 감축 계획을 발표, 비용 통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의견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보고서를 내고 "버핏의 매입이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서둘러 베팅하는 데 대해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익 성장이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에 대한 법무부와 정치권의 행보를 앞으로 6개월 가량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는 유나이티드헬스와 같은 민간 보험사들이 미국 고령자에게 정부의 표준 메디케어 대신 관리형 건강 보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데, 정부는 가입자 한 명당 월정액 기준으로 보험사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미국 보헌복지부 산하 CMS(Centers for Medicaid Service)는 이번 가을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의 평가 시스템을 개정할 예정이다. 기존 5점 평점 시스템에서 4점 이상을 받은 플랜에 대해 5%의 이른바 '품질 보너스'가 주어지는데, 최상위 등급을 획득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평가 대상이 된 약 550개의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 중 4점 기준을 넘은 플랜이 42%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약 68%에서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건강 정책 연구기관 KFF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에만 보너스 지급액이 12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지난 10년 누적 지급액은 870억달러로 파악됐다. 보너스가 유나이티드헬스를 포함한 관리형 건강 보험 업체의 수익성과 실적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번 보고서에서 "별점이 하락할 경우 정상적인 수익성 회복이 2028년으로 미뤄질 수 있고, 이 때까지 주가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업체의 별점 방어에 문제가 없겠지만 다른 악재들과 맞물려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버크셔는 2분기 유나이티드헬스 이외에 누코를 8억5700만달러 규모로 신규 매입했고, 레나(7억8000만달러)와 DR 호튼(1만9100만달러), 라마 애드버타이징(1억4200만달러), 알레지온(1억1200만달러) 등을 사들였다.
신규 매입한 6개 종목 가운데 유나이티드헬스의 투자 규모가 약 16억달러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1분기 버핏의 매수 1위 종목은 수영장 설비를 공급하는 풀 코프였다.
레나와 DR 호튼 역시 주택 시장의 한파와 모기지 금리 상승에 고전하는 상항이다. 하지만 두 개 업체 모두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 주가수익률(PER)이 각각 11배와 12배 내외에서 등락, 밸류에이션 매력이 두드러진다는 의견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증시 전반에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분기 버핏이 내재 가치를 밑도는 저평가 종목을 가려내 포트폴리오에 담았다고 판단한다.
한편 13F에 따르면 버크셔는 애플(AAPL)과 뱅크오브라메이카(BAC) 주식을 상당한 규모로 매도했다. 주식 포트폴리오 1위에 랭크된 애플 주식 보유량을 2분기 7% 가량 축소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물량을 4% 가량 줄인 것.
최근 1년 사이 버크셔는 애플 보유량을 30% 처분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를 41% 축소했다. 월가는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 매도에 대해 미국 경제 사이클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것으로 판단한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