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미국 국채 발행 업무를 관장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의 존재감은 월가의 국채 프라이머리 딜러(PD) 은행 못지 않다.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업계는 미국 재무장관이 국채발행 계획을 내놓기 전에 의견을 구해야할 상대로 위상이 자라났다. 베선트 장관이 미국의 국채 물량을 소화해줄 새로운 수요처로 스테이블코인 업계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식통은 베선트 장관이 테더와 서클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정보와 의견을 구해 왔고 이들의 의견을 재무부의 재정증권(T-Bill) 확대 계획에도 반영했다고 전했다.
재무부는 국채발행 물량과 일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행 시장 참여자들과 정례적으로(때로는 수시로) 의견을 주고 받는다. 월가의 대형 PD 은행들이 주로 그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스테이블코인 업계도 그 반열에 올랐다.
단기물 국채시장에서 아직 머니마켓펀드(MMF)의 소화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새로운 전주(錢主)로 부상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신규 재정증권을 얼마나 소화해줄 수 있을지 사전 교감하는 게 중요해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코인 발행으로 모은 자금을 달러나 단기 국채 등 현금성 자산에 운용해야 한다. 장기물 국채 발행 비용이 높은 상태에서 재정증권 발행을 더 늘려 자금을 조달하려는 재무부에게 이들의 준비금은 유용한 수요처다.
JP모건의 글로벌 금리 전략 헤드인 제이 배리는 "베선트 장관은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진정한 원천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그런 이유로 그는 꺼리낌 없이 (재정증권 등) 단기물 국채의 발행 비중을 더 늘리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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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암호화폐 업계의 세 과시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정례 심포지엄이 예정된 잭슨홀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과 거래 플랫폼 솔트가 주최한 '와이오밍 블록체인 심포지엄'이 지난 18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해당 장소는 오는 22일(현지시간) 연준 잭슨홀 심포지엄이 열리는 잭슨 레이크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거리다.
신기술로 무장한 암호화폐 업계가 마치 (법정화폐 중심의) 전통 금융권력의 큰 행사 일정에 맞춰 날짜와 장소를 고른 듯 한 인상까지 풍긴다.
암호화폐 업계의 이번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 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그리고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 등이 함께 했다.
보먼 연준 부의장(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현지시간 19일 "은행권과 당국이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 등 신기술의 이점을 수용해야 한다"며 "(규제)당국은 이를 은행시스템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확산되게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먼 부의장은 감독업무를 잘 수행하려면 직접 체험해 봐야 하는 만큼 "연준 직원들의 암호화폐 자산 보유를 일정 부분 허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