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 프로젝트 협력 성과 바탕, 국제 보건·환경 협력 논의
美 빅테크 CEO 연쇄 회동과 병행, 반도체 부활 외교 강화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오찬을 함께하며 글로벌 사회공헌(CSR)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게이츠 이사장의 방한은 2022년 이후 3년 만으로, 양측은 보건·환경·교육 등 국제 사회 현안에 삼성의 기술 역량을 결합하는 방안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 RT 프로젝트로 맺어진 인연
이번 회동은 두 사람이 과거 협력했던 'RT(Reinvent the Toilet·친환경 화장실)' 프로젝트와도 연결된다. 게이츠재단은 2011년부터 하수처리 시설이 필요 없는 신개념 화장실 개발을 추진했지만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다. 2018년 삼성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 회장은 직접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기술 지원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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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을 방문해 오찬을 함께 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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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을 방문해 오찬을 함께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삼성은 3년 연구 끝에 2022년 ▲구동 에너지 효율화 ▲배출수 정화 및 재활용 ▲배기가스 저감 ▲내구성 개선 ▲소형화 등 조건을 충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열처리·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률 100%를 달성하며, 저개발국에 보급 가능한 상용화 모델을 완성했다. 삼성은 게이츠재단이 제안한 비용 지원도 거절하며 '순수 기술 기여' 원칙을 고수했다.
당시 프로젝트는 단순 후원이 아니라 기술 기업의 역량이 인류 공동 문제 해결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이번 만남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두 사람의 대화 테이블에서 RT 이후 '제2의 글로벌 협력 사업'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美 빅테크 광폭 행보와 병행
재계에선 이 회장이 CSR 협력과 사업 외교를 동시에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CSR을 통해 글로벌 신뢰와 이미지를 제고하고, 빅테크 네트워크를 통해 반도체·AI 경쟁력을 회복하는 전략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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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아카데미를 둘러보며 청년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실제 이 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 중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등 빅테크 경영자들을 잇달아 만나며 반도체 사업 부활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베라 루빈'에 HBM4 납품 여부가 결정될 시점과 맞물려, 삼성의 글로벌 위상 회복 전략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삼성은 최근 테슬라, 애플과의 대형 수주 계약을 통해 반도체 사업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