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수출 허브 티루푸르, 美 고객 주문 중단에 공장 가동 중단
다이아몬드 가공 중심지 구자라트주, 노동자 해고 잇달아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의 50% 관세 부과를 앞두고 인도 주요 수출 허브들이 적막감에 휩싸였다고 영국 BBC 방송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주요 시장인 미국발 주문 감소로 늘어가는 재고에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노동자 해고도 잇따르면서 지역 상권 전반이 침체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기성복 수출액 160억 달러(약 22조 3700억원) 중 약 3분의 1을 담당하는 타밀나두주 티루푸르 전역은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현지에서 의류 제조 공장을 운영 중인 N 크리슈나무르티는 "모든 고객사가 주문을 중단했다"며 "9월 이후에는 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매체에 전했다. 최근 생산 능력 확장을 계획하며 250여 명의 신규 근로자를 채용했으나 미국의 관세 부과 소식에 신규 채용 인력을 해고하기도 했다.
미국이 예고한대로 50%의 관세가 부과되면 한때 10달러에 판매됐던 인도산 셔츠의 미국 내 판매가는 16.4달러까지 오르게 된다. 중국의 14.2달러, 방글라데시의 13.2달러, 베트남의 12달러보다 훨씬 비싼 것이다.
추가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25%의 상호 관세 자체가 다른 경쟁국에 비해 높은 상황이라 인도의 수출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 관세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산업은 인도 다이아몬드 업계다.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가공 지역 중 하나인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사우라슈트라의 세공 노동자 약 10만 명이 미국이 인도 보석류에 기본 관세 10%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난 4월 이후 일자리를 잃었다.
같은 주 수라트에서도 지난 4월 이후 5만 명의 노동자가 해고된 것으로 추산된다.
담배 판매점부터 점심을 파는 노점까지 수라트의 다이아몬드 세공 노동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사업체들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면서 도시 전역이 거의 마비 상태에 빠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수출국이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약 90%가 인도에서 가공된다.
미국은 인도 다이아몬드 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인도 보석·귀금속 수출 진흥 위원회에 따르면, 2024/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미국에 대한 다이아몬드 수출액은 약 50억 달러에 달했다.
인도 정부는 미국과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세는 논의하지 않고 있고, 내수로 미국 수출 감소분을 메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관측에 다이아몬드 무역 분석가 아비 브라키츠는 "미국은 전세계 다이아몬드 수요의 약 50%를 차지한다. 미국만큼 큰 시장은 없다"며 "추가 관세는 수라트를 벼랑 끝으로 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또 다른 품목, 새우다. 인도의 새우 양식업자들은 주요 시장인 미국의 관세를 피해 양식 규모를 줄이고 있다.
BBC는 "인도산 새우에 대한 총 관세율은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50만 명의 새우 양식업자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250만 명의 양식업자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 |
인도 다이아몬드 보석 제조 공장의 근로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미 장기간의 고용 창출 위기에 시달리고 있던 상황에서 미국 관세 여파에 따른 실업 노동자 증가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인도 정부가 시장 다변화를 위해 미국 외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을 추진하고, 원자재(면화 등) 수입 관세 일시 면제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관세 충격을 줄이기엔 미흡할 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었다고 수출 업계는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과 관련해 모디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류 제조업체 라프트 가먼츠의 시바 수브라마니얌은 "인도가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를 바랐다"며 "지난달 전체 생산 라인이 가동 중단됐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의 고향이자 총리가 속한 인도국민당(BJP) 지역인 구자라트 다이아몬드 업계의 불만이 특히 크다.
정부가 농업 보호를 우선시하면서 다이아몬드 업계는 등한시한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 다이아몬드 노조 위원장은 "미국의 관세는 우리 (다이아몬드) 산업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에서 30년 이상 다이아몬드 감별사로 일하다 최근 실직한 한 숙련공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모디) 총리가 무역 협상에서 트럼프에게 맞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는 말만 할 뿐 일하지 않는다. 다시는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