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내달 4일 치러지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의 입후보 윤곽이 드러났다. 15일 현재 5명의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출마 의사를 밝힌 5명의 후보 중 가장 먼저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이 지난 10일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16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 등도 모두 금주 내에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공식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선거에서 5명이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으며, 요미우리신문도 "5명 후보로 선거전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자민당 간부 역시 "더 이상 출마 표명을 하는 후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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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4일 치러지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왼쪽)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다카이치·고이즈미 2파전 예상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선거는 다카이치와 고이즈미 두 양강이 겨루는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이 지난 11~12일 차기 자민당 총재에 적합한 인물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가 28.0%, 고이즈미가 22.5%의 지지를 얻으며 1,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11.4%를 얻은 하야시 관방장관이 차지했다.
요미우리신문 실시한 13~14일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다카이치가 29%로 1위, 고이즈미가 25%로 2위에 올랐다.
자민당 지지층으로 한정할 경우에는 고이즈미가 33%로, 다카이치(28%)를 5%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테기, 하야시, 고바야시 등 다른 후보들은 전체와 자민당 지지층 모두에서 10%에 미치지 못하는 응답률을 기록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소속 의원과 당원·당우 표를 합산해 승부가 갈린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상위 2명의 결선 투표로 이어진다.
2024년 선거에서도 다카이치가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결선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역전당한 바 있어 이번에도 결선 승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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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전 경제안보담당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보수의 아이콘' 다카이치 vs '개혁파 대안' 고이즈미
다카이치는 1961년생(64세)으로 보수 강경파로 분류되는 여성 정치인이다. 2021년 총재 선거에 첫 도전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3위를 기록했다.
2024년 총재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의원 72표, 당원 109표)를 얻었으나 결선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역전 당했다.
유일한 여성 후보로서 '보수의 아이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아베 전 총리와 가까웠던 의원 그룹이 주된 지지 기반이다. 이시바 정권에서 당직 제안을 거절하며 독자 노선을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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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고이즈미는 1981년생(44세)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이다. 2009년 중의원 첫 당선 이후 줄곧 '포스트 아베',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았다.
환경상, 농림수산상을 거쳤으며 개혁 성향과 젊은 이미지로 지지층을 넓혔다. 2024년 총선에서 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나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농림수산상으로 복귀해 쌀 유통 개혁 등 농정 개혁에 매진했다.
전 총리였던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부총재의 지원과 구 기시다파 일부 의원들의 지지세가 결집하면서, 개혁파의 '대안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고이즈미는 일본유신회의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민민주당과도 소통 채널을 확보해왔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연립 정권 확대 여부가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야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그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준수한 외모와 탁월한 언변을 내세운 대중적 인지도와 '고이즈미 브랜드'라는 정치 자산도 강점이다. 그러나 부족한 각료 경험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총재 선거에서 9명의 후보 중 3위에 그쳤던 만큼 이번에도 당원 표 확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자민당 총재는 곧 일본의 총리를 의미한다. 차기 총재가 누가 되든 내년 중의원 해산·총선 시기와 맞물려 일본 정국의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이번 선거는 단순한 당권 경쟁을 넘어 아베계 보수의 재집권이냐, 개혁파 연대의 실험이냐라는 일본 정치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