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일 이어 15일도 파업 이어가...지부장 고공 농성도
잠정합의안 부결 후 노란봉투법 통과·계열사 합병 이슈 발생
파업 참여율 저조...장기화 시 마스가 프로젝트 차질 우려도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사흘째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 참여율이 높지 않아 아직까지는 조업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지는 않지만,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HD현대중공업 합병 이슈 등이 더해지며 협상 타결을 위한 방정식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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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 중인 HD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 [사진=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
1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파업을 이어갔다. 지난 11일, 12일에 이어 주말을 제외하고 사흘째다.
지난 10일 오전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에 올라간 백호선 지부장의 고공 농성은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고공농성의 이유에 대해 "지부가 요구하는 임금교섭의 내용이 회사의 지불능력에 비해 결코 과하거나 유별나지 않으며 지극히 타당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장기교섭으로 끌고 가고 있는 사측의 교섭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투쟁 전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공농성의 이유도 장기파업이 아니라 임금교섭이 조속하게 타결되기를 위한 지부의 고육지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외에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 조선 3사 노조가 공동 파업에 나선 상태다. HD현대 조선 3사 노조가 간부 외에 일반 조합원까지 포함해 합동 파업을 벌이는 것은 올해 처음이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7월 18일 14차 교섭을 통해 월 기본급 13만3000원(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인상을 골자로 하는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은 지난 7월 22일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을 63.77%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임금피크제 폐지)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750%→900%) 인상 ▲신규 채용 ▲근속 수당(1년에 1만원) ▲휴양시설 확대 특별 예산 50억원 출연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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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
노조는 조합원 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후 강경모드로 전환했다. 잠정합의안 부결 후 HD현대중공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며 파업의 강도도 강해졌다.
지난 8월 24일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사흘 뒤인 8월 27일에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결정 소식이 전격 발표됐다.
정부는 HD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이 노란봉투법 개정과 무관하다고 반박했지만, 노조가 공개한 사진에는 "정기선 나와라"라는 피켓 시위 사진이 있다. 그룹 최고 경영진을 직접 소환하는 노란봉투법 개정 이후의 쟁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노조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발표 후 단체협상 안건으로 합병에 따른 직무 전환 배치 문제와 HD한국조선해양의 싱가포르 법인 설립 이후 예상되는 이익 배분 문제 등도 쟁점으로 올렸다. 기존 임단협 안건 외에 협상 범위가 더 넓어졌다.
다만 노조 내부에서도 강경 모드에 대한 이견이 있어 파업 참여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파업 참여율은 전체 조합원 대비 5~6% 수준으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크레인 점거 및 파업이 이어지면서 생산 차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면 파업 선언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13~14일 고공 농성 중인 턴오버 크레인 가동이 불가능해지며 사측은 주말 동안 모든 공정을 멈췄다.
노조의 강경 투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마스가(MASGA) 프로젝트'(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한 차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HD현대 조선 3사는 호황 사이클로 3년치 이상의 수주 잔고가 남아있는 상태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으로 신규 수주 및 MRO(유지보수정비) 수요도 추가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마스가 프로젝트에 따른 구체적 수주나 계약이 현실화하지 않은 시점에서 생산 차질과 계약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게 우려의 근거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는 회사와 구성원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라며 "미래를 위해 노사가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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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 중인 HD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 [사진=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