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신세계 임원인사 단행…성과주의·세대교체 기조 뚜렷
문성욱 T커머스, 박주형 백화점, 이석구 면세점 '트리플 리더십'
온라인추진단장 유임...정유경, 이커머스 독자 노선 재확인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취임 1년여 만인 26일 단행한 첫 정기 임원 인사에서 철저한 성과주의 기조를 천명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문성욱·박주형·이석구 대표이사 '3인방'이 경영 최전선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경 회장이 그리는 '비욘드 신세계'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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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신세계] |
◆정유경 회장 취임 1년, 뚜렷해진 인사 색채
정유경 회장 승진 이후 처음 주도한 이번 인사는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지난해 인사에서 실적 악화에도 대부분 대표들을 유임시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는 특히 1980년대생 CEO의 과감한 발탁이 눈에 띈다. 성과만 있다면 연령이나 근속 기간을 불문하고 CEO로 기용하겠다는 기조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정유경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그룹 최초의 여성 CEO를 발탁해 눈길을 끈다. K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성공시킨 이승민 신세계인터내셔날 레이블5 총괄은 코스메틱2부문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출생연도는 1985년생으로, 40세에 불과한 젊은 여성 리더가 탄생한 것이다. 코스메틱1부문에는 1980년생 서민성 대표가 선임됐다. 서 대표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뷰티 혁신 전략을 주도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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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욱 (주)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이사 兼 (주)시그나이트 대표이사.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
◆문성욱·박주형·이석구, '트리플 리더십' 구도
신세계 부문의 핵심 사업을 이끌 문성욱·박주형·이석구 대표 3인방의 역할론도 부각된다.
우선 정유경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세계라이브쇼핑까지 겸직한다. 이럴 경우 그룹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시그나이트를 통해 발굴·투자한 브랜드와 솔루션을 라이브쇼핑 운영 전반에 빠르게 이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기존 T커머스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라이브커머스 스타트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면, 라이브쇼핑의 자체 커머스 채널과 모바일 앱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실적 개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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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형 (주)신세계 대표이사 兼 (주)신세계센트럴 대표이사.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
1985년 입사한 박주형 대표는 신세계에 40년간 몸담은 정통 '신세계맨'으로, 명동타운 개발과 센트럴시티 프로젝트, 강남점·본점 리뉴얼 등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번 인사에서 박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정 회장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박 대표는 명동타운 개발과 센트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강남점·본점 리뉴얼 등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성과를 입증했다. 최근 본점 '디 에스테이트'는 리뉴얼 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27% 이상 늘었고 방문객도 20% 이상 증가했다.
향후 신세계 명동타운을 완성하고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현재 서울 중구 일대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신관, 옛 제일은행까지 잇는 명동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대형 부동산 복합개발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박주형 대표는 지난 3월 신세계 정기 주주총회에서 "리테일을 넘어 고객에게 진일보한 가치를 제안하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간 신세계그룹의 대표 부동산 디벨로퍼는 스타필드 개발을 맡는 이마트 산하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였는데, 신세계 자체적으로 대형 복합 개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우선 신세계는 보유한 자산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지에 초대형 복합개발에 나선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인접한 약 8만7000㎡(2만6300평) 규모 부지를 지하화하고, 지상부에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와 대규모 녹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 외에도 송도에서는 오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랜드마크 복합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 유스퀘어 부지에는 오는 2028년 백화점 확장과 대규모 주상복합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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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 [사진= 신세계그룹] |
1949년생인 이석구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면세점 사업 정상화를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조선호텔과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지낸 베테랑 경영인으로, 정유경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1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로 부임한 후 10년 이상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국내 스타벅스를 프리미엄 커피 대명사로 각인시킨 인물이다. 이후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신세계 내 주요 계열사에서 조직 안정과 체질 개선 역할을 수행해 왔다.
신세계면세점은 후발주자로서 적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수년 간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 감소로 실적 악화에 빠져 있으며 인천공항 내 면세점 임대료 부담도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신세계가 위기관리형 리더로 평가받는 이 대표를 면세사업 경영 전면에 배치한 것은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은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여부와 재입찰이라는 중대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신세계디에프를 맡아 국내 면세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수익성 회복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독립 이커머스 시대 연다
이번 인사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이커머스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세계는 지난 달 자체 온라인 플랫폼 '비욘드 신세계'를 공식 출범시키며 온라인 사업의 독자 노선 방침을 명확하게 했다.
정유경 회장은 지난 5월 백화점 부문의 온라인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온라인추진단을 신설했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널, 백화점, 라이브쇼핑 등으로 흩어져 있는 이커머스 채널들을 통합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날 인사에서도 정 회장의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온라인추진단장은 김선진 신세계백화점 부사장(겸 영업본주방)이 그대로 유임돼, 사업 연속성과 추진 속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이커머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밑그림 구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각사별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추진해 왔는데, 온라인추진단 설립을 계기로 각사 운영하는 온라인 채널을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